자신 스스로를 '일벌레'로 표현할 만큼 반 평생을 국세청에 몸바쳐 헌신한 김광삼 역삼세무서장.(사진) 39년이라는 긴 국세공무원 생활 중 절반이 넘는 20여년을 세무조사 분야에서 일한 국세청의 자타공인 '조사통'이 다사다난했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위해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꽃다운 청년시절 9급 공채로 국세청에 입사해 국세청의 꽃이라 불리는 세무서장으로 명예로운 퇴직을 앞둔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몸을 낮추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김 서장은 "39년의 자랑스럽고 고마운 국세공무원으로서의 공직생활을 마무리 하고 올해 말 명예퇴직을 한다"며 "역삼세무서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퇴임할 수 있는 것은 국세청 선·후배님들 등 전 국세가족과 주위의 따뜻한 분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한 줄기 빛이 내려오다"
대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모두 대전에서 마친 김 서장의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당시 어렵던 살림은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을 정도가 됐고 고등학생 시절 김 서장의 어머니를 비롯한 남매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 서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입주가정교사(가정교사를 채용하는 학생 집에서 주거를 제공받고 학생의 학업을 도와주는 가정교사)생활을 하며 어렵게 고등학교 시절을 마쳤다.
대학에 진학하라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그는 바로 취직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대구에 있는 이모 집에 머물면서 공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김 서장의 인생이 180도 뒤 바뀌게 된 일이 생겼다. 1976년 이종사촌 누나가 신문에 9급 세무직 채용시험공고가 난 것을 보고 한번 응시해보라고 권유한 것. 1977년 부가가치세 전면시행을 앞두고 국세청이 세무직 공무원 채용공고를 낸 것이었다.
그렇게 김 서장은 세무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이후 1977년 3월 약관의 나이로 대구국세청 김천세무서로 초임발령을 받았다. 그 뒤로 대구국세청에서 서대구·북대구·구미·대구세무서를 거쳐 1986년 수도권 우수인력 발탁 제도 시행시 북인천으로 상경, 1987년부터 중부국세청, 서울국세청, 국세청 등 주로 본청과 지방청에서 근무를 했다.
2013년에는 초임 세무서장으로 원주세무서장, 2014년 서울청 조사4국1과장, 그리고 올해 역삼세무서장을 역임하며 현재까지 총 38년9개월을 국세공무원으로 살아왔다.
"치열했던 국세공무원 생활"
김 서장은 국세청에서 39년여를 근무하면서 조사국 등 조사분야 업무만 20년 이상을 해왔다.
워낙 긴 세월이라 기억에 남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김 서장. 매번 부임지에서 맡은 책무 하나하나가 각각의 의미가 있었다는 그는 무엇보다 2000년 초 당시 세무조사 무풍지대였던 대형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10년은 늙었던 것 같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주류유통업체 차량을 추적확인하기 위해 3일 동안 새벽별을 보며 잠복했던 일, 국세청 조사국 세원정보과에 근무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재정 기축을 흔드는 탈루세원과 사회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탈세행위를 추적하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했던 일, 4년 동안 휴가만 달아놓고 휴가를 한 번도 제대로 가지 못했던 일 등 국세청에 헌신했던 그동안의 일들을 회상했다.
아울러 김 서장은 이 같은 격무 중에서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밀알정보 수집·활용 제도'가 지금까지도 국세청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뿌듯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예(禮)를 갖추는 것은 곧 자존감을 높이는 것"
김 서장이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은 예(禮)다.
예를 갖추는 것은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으로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후배들의 역량이나 자질은 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 특별히 붙일 만한 말은 없지만, 업무나 대민업무, 일상생활에 있어서 자존감을 갖고 예를 생활기본으로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납세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있으면 자연히 일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게 돼 결국 신뢰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납세자들이 '내가 국세공무원으로부터 대우받고 있구나. 인정받고 있구나,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느껴지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후배들을 위해 '친절'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서장실로 직접 찾아와 불만을 표하는 납세자를 살펴보면 대부분 처음에는 업무적인 면으로 찾아오지만 결국엔 담당직원의 말투, 표정, 자세, 행동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일명 '감동세정' 캠페인(3S캠페인 : Stand up, See, Smile)을 직원들과 함께한 적이 있다"며 "처음에는 직원들이 쑥스러워해 두 달 동안 직원이 일하는 각 사무실에 먼저 들려 큰소리로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힘찬 한 주 보내세요' 식으로 인사를 한 기억이 난다. 결국 직원들 모두 실천해 활기찬 분위기가 조성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공무원은 업무를 하면서 사소한 것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들은 작은 일에도 정성과 예를 다 했으면 한다. 매사를 다시 살펴보고 상대방 입장은 어떤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두루 생각하면서 균형감 있게 업무를 집행한다면 무리 없이 본분에 충실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퇴직해도 난 영원한 국세공무원"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명퇴를 앞둔 김 서장은 최근 새내기 직원들이 부임하면서 읽는 선서문을 책상에 펼쳐두고 종종 읽는다고 한다. 39년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얼마나 선서문대로 하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김 서장은 "주간회의 때마다 또는 행사 때 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데 별생각이 없었던 일들이 금년 들어서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퇴직을 해도 영원히 대한민국 국세공무원이었던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공무원 재직 시엔 국세행정업무를 하면서 국민에게 봉사했고, 퇴직 후에는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로 납세자에게 봉사와 서비스를 한다는 면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서장은 "그동안 9급부터 팀장, 과장, 서장을 거치면서 다져온 각 세목의 신고와 조사경험 등 축적된 실무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세공무원으로서 올바른 조세행정을 집행하고, 퇴직 후에는 세무사로서 납세자에게 폭넓고 다양한 서비스로 성실한 신고와 더불어 부당하거나 과오로 인한 세금 피해가 없도록 권리와 이익 보호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싶다"고 전했다.
[프로필]
▲1957년 ▲대전 ▲대전고-경희사이버대학교(세무회계학과) ▲일반공채(9급)
▲구미세무서 부가세과, 대구세무서 부가세과, 북인천세무서 소득세과, 중부국세청 조사국, 남인천세무서 소득세과, 북인천세무서 소득세과, 국세청 자료관리관실·조사국, 서울국세청 조사2국·조사1국, 인천세무서 조사과, 서울국세청 조사4국, 국세청 세원정보과4계장, 원주세무서장, 서울청 조사4국1과장, 역삼세무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