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자주 발병하는 질환 중 하나다. 겨울식중독을 일으키는 주원인은 노로바이러스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결과 최근 5년간 집계된 겨울철 식중독 환자는 연평균 900여명으로 이 중 55%가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간 전체 환자의 42.4%가 12~2월에 발생했다.
이 바이러스는 일반 세균과 달리 영하 20도 이하부터 영상 60도까지 넓은 범위의 온도에서 장기간 생존 가능하고 단 10개의 입자만으로 감염을 일으켜 전파력이 높다. 보통 감염환자의 건조된 구토물이나 분변 1g에는 약 1억개의 노로바이러스 입자가 포함돼 있다.
감염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거나 오염된 지하수에 닿은 채소·과일류·어패류 등을 섭취할 경우 쉽게 전파된다. 최근 캐롤린 뒤센 캐나다 라발대 교수는 노로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몇 미터(m) 떨어진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48시간 잠복기를 거친 뒤 구토·설사·탈수·복통·근육통·두통·발열 등이 나타난다. 설사는 대개 하루 4~8회 나오고, 세균성 이질과 달리 혈액변이나 점액변은 관찰되지 않는다. 대신 전신근육통과 두통이 동반되면서 기운이 없고 38도가 조금 넘는 미열이 생긴다.
이런 증상은 보통 2~3일 후 특별한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 하지만 고령자, 소아암 환자, 장기이식 환자처럼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증상이 오래 지속되고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며 드문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노로바이러스를 예방 및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는 아직 없기 때문에 대부분 수분을 공급해 탈수 증상을 개선하는 보존적 치료를 실시한다. 스포츠음료나 이온음료로 부족해진 수분을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다. 설탕이 많이 함유된 탄산음료와 과일주스는 삼간다. 경도에서 중증도의 탈수는 입으로 수액을 공급으로 탈수 증상을 개선하고 전해질을 주입한다. 증상이 심할 땐 정맥주사를 사용해 수액을 공급해준다.
구토나 설사가 심한 경우 추가적인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과도한 구토로 경구 수액공급이 어려울 때에는 항구토제를 사용한 뒤 수액을 공급한다. 65세 이상의 노인에서 설사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다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면 ‘로페라마이드(loperamide)를 1~2일간 투여한다.
소아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설사 및 탈수 증상이 성인보다 빠르게 악화돼 치료가 늦으면 자칫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최성호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노로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나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증상에 대한 대증치료를 실시하고 구토와 설사로 소실된 수분을 경구 또는 주사로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며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나 식사 전 손을 잘 씻고 평소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노로바이러스는 입자가 작고 표면 부착력이 강하므로 30초 이상 비누나 세정제를 이용해 손가락과 손등까지 깨끗이 씻고 흐르는 물로 헹군다. 굴이나 조개 등 어패류는 되도록 익혀 먹고 지하수는 반드시 끓여 마시도록 한다. 또 열에 강하기 때문에 조리음식은 섭씨 100도에서 1분 이상 익힌다. 회복 후에도 최소 3일, 최장 2주간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어 주부나 요식업 종사자는 해당 기간에 음식 조리를 삼가는 게 좋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