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강화도의 미래를 보다
강화도의 흙빛 바다는 간만의 차이가 큰 탓에 개펄이 가라앉을 새가 없고 또한 이곳이 세 개의 강이 합치는 지점이기 때문에 자연히 물굽이가 센 이유도 한몫을 한다. 남쪽으로 흐르던 임진강과 북류하던 한강이 김포 북부를 휘감아 돌아온 두 강의 물은 북에서 남쪽으로 흘러 들어온 예성강과 만나 삼합수(三合水)를 이루게 된다. 어마어마한 용트림과 함께 물속 땅거죽을 엄청난 에너지로 긁어대기를 멈추지 않는다.
영적능력의 소유자였던 단군은 바로 이런 강화도이 엄청난 기운(地氣)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곳이야 말로 국기(國基)를 세우고 백성과 더불어 수수만년을 살아도 될 땅임을 확신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세 아들(부소, 부우, 부여)로 하여금 성을 쌓게 하여 삼랑성(三朗城)의 전설을 낳게 했다. 나라의 첫째 조건은 역시 튼튼한 국방에 있다. 역사적으로 강화도는 우리나라 국방의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일찍이 삼랑성 안에는 정족창(鼎足倉)과 진해창(鎭廨倉)과 같은 군창(軍倉)뿐 아니라 조선실록을 보관했던 장사각(藏史閣)등을 둬 유사시에 국가적 보루로써 몫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꼽았던 것이다. 오늘에 이르러서도 강화도는 분단이후 남북 대치상황에서 최전방인 동시에 수도 서울을 지키는 최후의 요새가 되는 지역이 아닌가.
발원지가 각기 다른 세 줄기 강물과 바닷물이 한곳에 모여 분출하는 흙빛 기운을 몸으로 감지하며 강화도가 이 나라 역사 속에서 차지한 비중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또 다른 에너지의 보고임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흙빛은 무엇인가. 온갖 기운을 흡입하고 혼돈과 생명의 태동을 상징한다. 단군성조가 이 땅에서 하늘에 고하고 당신의 자손이 뿌리내려 살도록 한 예지의 힘이 바로 이것임을 믿게 된다.
우리민족의 근간을 동이족(東夷族)이 중심이 된 복합민족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 이는 강화도가 민족의 시원지(始原地)가 된 연유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를테면 청동검을 사용하고 축성술에 능했던 한 씨 조선족, 항해술과 관개농법을 익힌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왜(일본)의 근간이 된 고구려 오족(五族), 활과 마술에 능했던 스키타이족(신라인)이 혼합되어 한반도를 차지하고 살게 된 것이 우리민족의 본래 모습이라는 의미이다.
영적고찰을 통해 부인할 수 없는 기운을 강화도는 간직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강화는 한반도의 머리였다. 따라서 백두산은 다리에 해당한다. 우리는 잠시 그것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강화도는 영기가 서린 머리로서의 몫을 이미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강화도의 지맥이 맺힌 곳이다. 그곳에 세계 각국의 항공기가 드나든다는 사실은 단순히 사람의 머리와 기술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이제 크루즈 선뿐 아니라 자가용 비행기를 탄 세계인이 우리나라를 찾아올 정도가 되었다. 한·중·일의 중심지임과 동시에 국제적인 경제자유특구로서 세계적 외교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통일은 자연현상과도 같이 따라오는 부수적 효과에 불과하다. 대교를 통해 개성과 해주, 평양을 거쳐 대륙까지 뻗을 탄탄대로가 놓일 날이 곧 올 것이다. 강화도 흙빛 바다 속에서 이미 새로운 한반도의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