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도 아직은 한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근무했던 은행에서 선배들이 한 명씩 명예퇴직이나 자발적 퇴직을 하고 입사 동기들도 이제는 은퇴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은퇴는 누구나 반드시 해야만 하고 거쳐가는 단계이다. 하지만 실제 그 준비를 제대로 하고 만반의 태세를 갖춘 경우는 거의 본적이 없다. 일단 좀 쉬고 보자는 식의 막연한 계획만 있을 뿐이다.
요즘에는 그래도 40대부터 서서히 은퇴를 준비해서 관심있는 분야나 노후 생활비 마련에 대해서 고민하고 준비한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적인 불황기의 정착화로 30여년간 직장생활만 하고 은퇴한 해맑디 맑은 직장인 출신 은퇴자들은 은퇴 후 마땅히 할만한 일거리나 생계유지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바로 은퇴 이후에 생활비 대폭 줄이기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현재 월평균 500만원 정도를 생활비를 쓴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200만원대 초반의 금액으로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현재 300만원대 생활비는 쓰는 경우에는 최소한 150만원 이내로 줄여야 한다.
2년전 은퇴한 입사 동기가 있다. 명예퇴직을 해서 몇 억 원의 거금을 손에 쥐고 은퇴를 해서 이것 저것 알아보고 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어쩌다 보니 거의 1년 반이라는 세월을 그냥 수입없이 돈만 쓰면서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배우자와 함께 통장 잔고를 확인하던 중 정신이 번쩍 나더라는 것이다.
무심코 지낸 1년여 만에 무려 7천 500만원을 그냥 생활비로 써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고 둘째가 중학생이라 교육비로 들어가는 돈이 많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2~3년 안에 가진 현금성 자산을 거덜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급함과 다급함으로 밤에 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계속된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로 인해서 투자나 재테크를 통해서 수익을 내는 것 보다는 오히려 세금을 아끼면서 원금손실을 덜 보거나 본전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재테크라고 여길 정도로 재테크이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은퇴준비도 마찬가지여서 은퇴시까지 모아놓은 재산을 어떻게 잘 운용하고 적절히 배분해서 노후생활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부가 머리를 마주하고 생활비를 얼마나 줄일수 있는지 연습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봉투 살림법’이라고 있다.매일매일 날짜를 적은 봉투에 현금으로 1만원~2만원 혹은 3만원씩 넣어놓고 그날은 그 금액 이상은 쓰지 않는 방법을 해보는 것이다.
반 강제성이 있지만 그래도 절제된 지출을 할 수 있고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가계 재무구조의 변화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신용카드의 1회 승인한도를 줄여서 카드 결제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몇 가지 방법을 쓰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부부가 함께 생활비 줄이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같이 실천하는 것이고 그러한 연습과 준비가 나름대로 편안하고 걱정없는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비타민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