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은 혼인의 재산상 효력에 대하여 혼인 전 재산에 대하여 약정한 때에는 그에 따르고 혼인중 약정한 때는 법원의 허가 없이는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하며, 귀속불명 재산은 공유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교적 전통이 남아있는 노년층에게 부부재산계약은 생소한 것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이를 문서화하는 경우가 없다.
부부재산의 문제는 공동생활체인 부부 고유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민법의 부부재산 조항의 초점은 상호 분쟁이 생겼을 경우 그 귀속을 정하는 문제와 그 내막을 모르는 제3자의 권리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부부재산을 보는 세법의 시각은 어떠한가? 어느 때는 한통속으로 보고 어느 때는 따로 보기도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8월 29일 부부의 자산소득합산과세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렸다.
부부의 자산소득을 합쳐 중과세하는 것은 별산제에 맞지 않고 독신자에 대하여 불평등하게 취급한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세법에 부부재산을 일체로 취급하는 잔재는 아직 남아 있다.
그 예가 과점주주 제2차 납세의무이다. 가족 등 특정집단을 경제적 이해를 같이 하는 한통속으로 보는 것이다.
제2차 납세의무는 대단히 무거운 납세의무 확장제도의 하나이다. 배당 한 푼도 받지 못한 배우자가 제2차 납세의무자가 되어 그 고유재산 전부를 내놓아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또 하나는 부부 사이의 증여세 문제이다. 젊은 부부 사이에는 네 것, 내 것이 분명하지만 노부부층은 이러한 개념이 분명하지 않다. 재산명의와 상관없이 우리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한다. 이러한 불철저한 재산관과 법의식으로 이들은 종종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세법은 매정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부부가 재산명의를 편의상 서로 왔다 갔다 하였다가는 틀림없이 세무서에서 찾아온다. 증여를 문제 삼는 것이다.
부부간에 재산행위에 대하여 문서를 작성하여 두는 것은 아직 우리 문화가 아닌 것 같다. 가령 부부가 그 재산명의를 일부 다른 배우자에게 이전하였다고 하는 경우 그 것이 세법에서 말하는 증여인지 법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명의신탁인지는 서로가 너무 잘 아는 일이다.
다툼이 생길 리가 없다. 그런데 세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간단치 않다. 대가가 입증되지 않았으니 증여라는 것이다. 펄펄 뛰어도 대응이 마땅치 않다. 이 경우 명의신탁의 법리를 주장하면 그 증거를 대라고 한다.
부부 사이의 명의자 특유재산 추정에 관한 민법조항까지 들이대면 난감해진다. 패소하면 증여세를 물게 되고 나중에 상속세도 물게 된다. 부부는 재산행위를 하더라도 이는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
제3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재산행위는 이해가 엇갈려 서로 확실한 거래증빙을 갖추기 마련이다. 이러한 제3자 사이의 거래와 마찬가지로 부부의 재산행위에 대하여 그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다.
인생을 정리하여야 할 단계의 어느 부부가 까닭 없이 배우자에게 증여하여 증여세를 물고 다시 상속세 부과대상으로 남겨두겠는가? 과세관청은 부부 사이의 재산행위를 함부로 재단하여 세법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자손에 대한 증여에 대하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부 사이 혹은 존속에 대한 증여 문제는 상식에 맞는 집행을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