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정의, 재벌 특혜 반대…국민의당 찬성으로 174명 찬성
국회는 4일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활성화 법안 중 하나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표결 처리했다.
쟁점법안으로 여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난항을 겪었던 원샷법은 이날 재석의원 223명 중 찬성 174명, 반대 24 기권 25명으로 가결됐다.
지난해 7월 법안이 발의된 지 약 7개월 만에 처리됐다. 국회는 이와 함께 무쟁점 법안 40여건도 함께 처리했다.
정부가 초안을 만들고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원샷법은 기업이 부실해지기 전 선제 사업 재편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 주요 규제들을 완화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 대통령 서명 나선 원샷법, 기업 악용 막아낼까? = 기업의 인수·합병(M&A)과 분할, 주식의 이전·취득과 관련된 절차를 간소화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도록 관련 제도나 세제 등을 일괄 지원한다. 정부는 공급 과잉에 직면한 철강·화학·조선 등 주력 업종의 숨통을 틔워 주자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원샷법이 적용되면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소규모 사업(자산 규모 10% 이하)을 분할할 수 있다. 합병 시에도 발행주식 총수의 20%까지 이사회 결의로 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한다.
야당에서는 '재벌 특혜법'이라며 대기업의 악용을 우려해 10대 대기업을 제외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여당은 대기업특혜의 방지장치를 만들어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경제단체들이 법 통과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하면서 거듭 야당을 압박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은 물론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도 이 법을 악용하지 않을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대기업 특혜 방지장치는 ▲과잉공급 분야 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 ▲특혜시비를 최소화하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 민관합동 심의위원회 운영 ▲사업재편의 목적이 경영권 승계 등인 경우 승인 거부 ▲승인이후 경영권 승계 등이 판명될 경우 사후승인 취소 및 과태료 중과 등이다.
□ 野 "원샷법, 젊은이들 무력하게 할 것"…"재벌에 포섭된 나쁜 법" = 이날 본회의에서는 야당의 반대 토론이 이어졌다.
더민주 박수현 의원은 "우리 경제, 사회, 정치, 문화가 몇몇 대기업에 쏠림현상을 겪고 있다"며 "원샷법이 통과되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이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재벌의 황제경영과 지배주주 횡포 및 전횡 등을 지적하며 "(원샷법은) 이들 견제하는 소액주주의 손발을 묻고 재갈을 물게 한다"며 "결국 우리 경제의 활력을 잃게 할 것이다. 공정한 경쟁과 공평한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원샷법 통과는 특권층을 만들고 젊은이들을 무력하게 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박 대통령을 겨냥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 하고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최고 권력자가 관제서명까지 나섰다. 말이 씨가 된다. 대통령이 위기라고 하면 위기가 커진다. 대통령의 위기 조장으로 점점 민생은 어려워지고 있고 이게 경제 논리이고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원샷법의 모태가 된 일본 산업경쟁력강화법과 비교했다.
그는 "일본 원샷법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설계해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활력을 넣으려고 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재벌 맞춤형"이라며 "일본은 재벌에 유리한 내용이 없는데, 우리는 유리한 내용을 마련해 넣었다"고 소규모 분할 특례 등 상법 특례 강화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재벌 특혜를 위해 소액 주주와 노동자, 소비자의 권리를 희생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혀도 괜찮다고 하는 것"이라며 "재벌 특혜를 위해 민생을 이용하는 나쁜 법이다. 재벌에 포섭된 나쁜 법"이라고 비난했다.
□ 정의화 의장, 여야 중재…野 요구 수용, 선거구 획정 17~18일 처리 = 이날 본회의 통과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거듭된 여야 중재로 이뤄졌다.
앞서 더민주는 선거구 획정안 동시 처리를 요구하며 지난달 29일 본회의 처리 합의를 무산시켰다. 이에 정 의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을 통해 설득에 나섰다.
정 의장이 이날 본회의 처리를 압박하자, 더민주는 선거구 획정안 타결약속과 타결이 안될 경우, 의장 직권상정을 조건으로 걸고 본회의 출석의사를 밝혔다.
이에 정 의장은 오는 12일까지 여야 간의 선거구 획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중재안을 만들어 17~18일 이를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의 약속에 따라 더민주는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 출석 논의에 들어갔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원샷법은 의사일정에 포함돼 상정돼 처리되는 과정 같은데 원만히 처리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본회의 출석을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원만히 이뤄져서 국민들이 국회에 대한 지나친 불안과 혐오를 안 갖게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