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법인이 사업과 관련된 거래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채무보증을 하였더라도 그 채무보증이 시행령에 열거된 예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이상, 그와 관련하여 발생한 구상채권 대손금을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인세법은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채무보증으로 인하여 발생한 구상채권에 대하여는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외환위기 직후 기업의 채무보증에 의한 과다한 차입을 억제함으로써 재무구조의 건실화를 유도하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신설된 것이다.
건설사 A는 시행사로부터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 받으면서 건물 임차인들이 임차보증금 납부를 위하여 받은 대출에 연대보증을 선 경우이다. 시행사는 임차인들이 납부한 임차보증금으로 공사대금을 건설사에 지급하였고, 이후 임차인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자 A가 대신 이를 상환하였으나, 결국 구상채권은 회수하지 못하였다. A의 지급보증은 건설업계 관행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납세자인 A사는 연대보증은 공사대금 회수를 위한 것으로 사업과 직접 관련이 있고, 그로 인하여 과다한 차입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으므로 채무보증에 따른 구상채권 손금산입을 제한하는 규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과세관청은 세법의 관련 규정 체계상 채무보증에 따른 구상채권은 예외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을 들어 모두 손금산입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대법원은 공사대금을 받기 위한 연대보증이라도 시행령에서 예외로 열거되어 있는 유형의 채무보증에 해당하지 않는 한 구상채권 대손금을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결론은 채무보증으로 인한 구상채권 대손금을 원칙적으로 손금불산입하도록 하고 금융기관의 지급보증 등만을 예외로 열거하는 방식의 법인세법 규정 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고등법원은 대법원 판단과는 달리 그 불가피성을 인정하여 A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에는 의문이 있다. 이 사건에서 A사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 그 대손금을 손금에 산입할 수 있는 반면 연대보증을 하여 마련한 자금으로 일단 공사대금을 수령한 뒤, 이후 보증과 관련하여 구상채권이 발생하면 어느 경우이든 그 대손금을 손금에 산입할 수 없게 된다. 과연 이러한 차이가 차입 억제나 재무구조 건실화, 기업 구조조정 촉진 등의 입법 목적 달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과거 헌법재판소는 법인의 사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채무보증은 손금산입이 허용됨을 전제로 지급보증 관련 구상채권에 대한 손금불산입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과세관청이나 법원이 사업과의 관련성에 대한 고려없이 손금불산입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그러한 규정 자체의 규범적 정당성에도 의문이 생기게 된다.
다수의 건설사들이 공사대금을 받기 위하여 PF 대출에 연대보증하고 있는데 관련 구상채권 대손금을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이들은 실제로는 받지도 못할 공사수익에 대하여 세금만 내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관련 규정 문언 해석상 전향적 해석이 어렵게 된 이상 사업 관련 지급보증에 따라 발생한 구상채권에 대하여는 손금 산입을 허용하는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이는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업계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대법원 2016.1.14.선고 2013두17534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