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 단추를 채우는 일이 /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 그래, 그래 산다는 건 /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시인 천양희의 '단추를 채우면서' 중 일부다.
이 즈음이면 근로소득자들이 연말정산서를 받아들 때이다. 국세청의 '미리 알려주고 미리 채워주며 간편한' 연말정산서비스를 통해 결과를 미리 안 이들도 있을 터이다. 그래도 매월 원천징수 당한 소득세가 연말정산세액보다 커서 환급을 받으면 공돈 생긴 것처럼 기쁘다. 더 내야 하면 입맛이 아주 쓰다.
연말정산에 임하면서 근로소득자들이 아렸던 대목들이 있다면 기부금도 그 하나일 것이다. 근로자가 2013년 이전에 지출한 기부금은 근로소득금액에서 소득공제됐다. 그 때는 근로자의 기부금에 그의 초과누진세율을 곱한 금액만큼 세금이 줄었다. 단순화시키면, 연간 근로소득금액 7천만원인 근로자가 5백만원을 기부하면 그 5백만원의 24%인 120만원을 세금에서 빼줬다는 얘기다.
그랬던 것이 2014년 1월 1일부터 근로자의 기부금 중 3천만원까지는 15%가, 그 초과분의 25%가 세액에서 공제되도록 소득세법이 개정됐다. 3천만원 넘게 기부하는 이가 흔치 않음을 생각하면 실제 공제율은 15%다. 앞서 예의 경우 75만원만 빼준다는 것.
반면, 개인사업자가 지출한 기부금은 종전처럼 필요경비에 산입된다. 사업소득금액이 7천만원인 사업자가 5백만원을 기부하면 여전히 120만원만큼 세금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개인사업자의 기부금을 필요경비로 인정한 것은 법인사업자의 기부금이 손금에 산입되는 것과 형평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개인사업자와 법인의 형평만 중요한 것은 분명 아닐 터.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 모두가 같은 종합소득자임에도, 이들의 기부금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소득세법은 개인사업자의 기부금을 사업과 직접 관계없이 무상 지출된 재산적 증여가액으로 정의한다. 기부금이 사업자의 사업장에서 지출됐다 하더라도 그 본질상 총수입금액 대응비용을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총수입금액이 사업에서 생긴 수입의 총액을 뜻하는 만큼, 사업과 직접 관련없이 무상 지출된 금원인 기부금이 총수입금액에 대응될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래도 소득세법은 사업자의 기부금을 필요경비로 인정해준다. 왜 그럴까. 기부금이 국가를 대신하여 민간이 행하는 공익활동의 재원으로 쓰여짐을 감안, 기부를 조세정책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함이다. 본질이 총수입금액에 대응될 수 없는 지출임에도 기부금을 필요경비에 산입함이 특례라는 얘기다. 그 점에서 현행법상 조문의 제목 '기부금의 필요경비 불산입 특례'는 '산입 특례'로 고쳐져야 한다.
개인사업자의 사업장에서 지출된 기부금의 필요경비 산입이 특례라면, 사업자가 사업장과 무관하게 지출한 기부금과 기본공제대상가족이 지출한 기부금(사적 기부금)은 더더욱 필요경비로 볼 수 없다. 기업회계상 사업장 비용으로 계상될 수 없고, 계상되더라도 총수입금액에 대응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행법은 이런 사적 기부금, 예컨대 사업자의 부인이 교회에 기부한 돈도 사업장 장부에 계상되면 필요경비로 인정한다. 자칫 세법이 사업장 비용이 아닌 것을 사업장 비용으로 계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비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현상의 진원지는 분명하다. 근로소득자의 기부금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사업자가 지출한 사적 기부금의 소득공제를 함께 폐지하고, 대신 이를 필요경비에 산입하도록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옷을 계속 입고 다닐 수는 없을 터. 지금이라도 단추들을 풀어 제자리에 끼워 넣어야 할 것 아닌가. 참고로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대만은 기부금을 소득공제 해준다. 프랑스가 우리처럼 기부금을 세액공제하고는 있으나 그 율(率)이 어마어마하다. 기부금의 66%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