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착해서 좋아한다”
케이블 TV 드라마인데 시청률이 20%이상 나올 정도로 전 국민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응답하라 1988’에서 은행에 다니는 성대리집 큰딸 보라가 자신을 좋아하는 연하인 동생 친구인 선우에게 골목길에서 툭 던지고 간 대화인데 별다른 수식어구가 없지만 짧은 대사 하나에 큰 여운이 남았던 기억이 난다.
필자도 이와 비슷한 늬앙스의 말을 아는 후배에게 한 적이 있다.
“내가 널 중도해지 하지 않아서 인정한다”
뜬금없이 무슨 얘기냐고? 자 그럼 필자가 인정한 이 후배 얘기를 들어보시라. 젊은 나이에 지방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엄청 밑바닥부터 고생을 하면서 30대 초반에 어엿한 연예인 기획사 대표를 하는 후배이다.
나름 인기 있는 연예인 서너 명과 계약을 하고 모든 관리를 다 해주다 보니 일주일에 방송 녹화를 지켜보느라 밤을 세우는 날이 서너번이고 종사하는 업종 자체가 재테크나 투자,혹은 경제와는 담을 쌓은 업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획사 대표이다 보니 회사 경영상 갑자기 목돈이 들어갈 일들이 많았을 것 같은 친구였다.
하지만 이 친구 대단한 것이 10년 전부터 당시 판매되고 있었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이라는 상품을 가입을 하고 비과세 혜택을 받고 만기 약정 금액을 받기 위해서 무려 7년 이라는 기간 동안 월 100만원을 납입을 해서 만기가 되는 7년째 되는 날 딱 만기 해지를 해서 목돈을 받은 친구이다.
솔직히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고 요즘 같은 저금리에 상상할 수 없는 높은 금리로 이자금액을 받은 걸로 기억난다.
이때부터 필자는 제 3자에게 이 후배를 소개할 때 내가 인정하는 몇 명 되지 않은 성실하고 끈기 있고 요즘에 보기 드문(?) 친구라고 소개하고 있다.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 손을 들어 봅시다.
과연 내가 지금까지 금융상품에 가입을 하고 운용하면서 만기까지 꼬박꼬박 매월 납입을 하다가 만기를 채워서 만기 해지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독자는 손을 들어보시라…
아마 상당 수의 독자들이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으리라.그만큼 금융상품의 만기를 채워서 해지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은행의 예적금 상품을 비롯하여 보험, 펀드 상품 등에 대한 중도해지 및 환매가 증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조금만 이자를 더 준다고 하면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의 비은행 금융기관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특히 보험 상품 중에서는 저축성 보험상품의 해약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펀드나 투자상품의 경우에는 코스피지수가 상승해도 원금손실 중인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회복되었다고 환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도해지 및 환매의 유행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금융상품의 금리(이자율)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고,계속된 저성장 분위기로 인해서 가계의 저축 여력 악화 등이 중도해지 및 환매를 부추기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연금보험 등 장기저축상품의 해지율 증가는 향후 노후생활준비를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가 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한국 금융소비자의 중도해지 환매행태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예/적금 중도해지는 월평균 소득이 중소득층이면서 20~30대 남성에게서 많이 일어나고 있고 ‘29세 이하 남성’과 ‘30~39세 남성’의 각 66.3%가 예/적금을 해지하였으며, ‘월평균소득 250~400만원’인 경우 58.5%가 중도 해지했다고 한다.
지역적으로는 서울 및 수도권보다는 ‘지방 5대 광역시’인 경우, 그리고 ‘미혼’인 경우 상대적으로 예/적금의 중도해지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의 경우에는 금융소비자가 평균 1년 동안 ‘보험’을 중도 해지한 경우는 23.3%로, 보험 중도 해지자들은 평균 1개를 중도 해지하고 있고 ‘저축성 보험’을 중도 해지한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13.7%), ‘연금보험’(11.1%), ‘변액보험’(9.3%)의 순으로 중도 해지했다.
보험은 ‘자영업자’ 중 33.8%가 보험을 중도 해지하였고, 연령별로 보면 ‘40~49세’ 장년층 중 30.0%, 월평균 소득 별로는 ‘월평균 600만원이상’ 고소득층 중 28.3%가 중도해지 했고 상대적으로 해지률이 적기는 하나 ‘30~39세’, ‘월평균소득 400~600만원’, ‘사무/전문직’, ‘기혼’의 경우도 보험 중도해지를 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는 예/적금 해지자가 ‘20~30대 청년층’과 ‘월평균소득 중저 소득층’, ‘미혼’인 경우에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펀드 중도 환매자는 월평균소득 6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이거나 30대 남성인 경우가 많았는데 필자의 경험상 40대 이후 주부들의 경우에도 손해를 보고 환매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원금손실에 대한 불안감과 실제 손실로 인한 추가 손실 우려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따라서 투자 종목의 변경으로 자금의 이동이 있어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환매수수료를 부담하고 이자율 손해를 보면서까지 반복되어 일어나는 중도 해지나 환매를 방지하거나 줄일 수는 없을까?
첫 번째는 금융상품 가입자들의 정확한 현재 자신의 수입지출과 재무상황 파악을 통한 상품가입과 투자상품의 경우에는 성향분석을 정확하게 해서 수익과 원금손실 위험에 대한 수용가능 범위에서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
월평균 수입에 맞는 적금과 보험상품의 적립금이 정해져야 하겠고 급여 인상률이나 비정기 수입을 고려한 추가납입이나 재투자의 기회를 엿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도해지나 환매를 방지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상품 종류별 중도 환매나 해지 요인을 파악하고 처음부터 적합한 상품으로 가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 해지자 별 고려요인을 상대적으로 비교해 보면, 예/적금 중도해지자는 소득과 관련된 요인, 펀드 중도 환매자는 수익률과 관련된 요인, 보험 중도해지자는 생활유지와 관련된 요인에서 타 해지자 대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상품별 가입 시 이러한 중도해지나 환매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여 가입하도록 하자.
아울러 금융기관에서도 철저한 상품 안내와 고객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완전판매에 대해서 내부교육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겠고 금융기관의 정보와 상담에 의존도가 큰 독자들은 스스로가 꾸준한 금융지식습득과 경제,금융 트랜드의 동향을 파악해서 현명한 상품가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 하겠다.
‘중간에 그만둘 거면 애당초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부터는 ‘만기 해지’의 고지를 향해서 노력해서 내 통장이나 증권에 ‘만기 해지’라는 스탬프를 꼭 찍어보는 희열을 느끼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