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근 세무법인 석성 회장을 '세무사'로 부르기가 다소 민망할 정도인 것이 사실이다.
세무사회장을 4년 동안 역임했고, 크지는 않지만 나름 규모 있는 세무법인의 회장으로 살고 있지만 그는 세무사로서의 삶보다 '나눔전도사'로서 나누는 일에 더 열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누기 위해 돈 번다"고 말할 정도이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나누는 일 때문에 주변에서 '오해'를 많이 사 왔고, 지금도 이 오해의 눈초리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 조 회장의 설명이다.
"아직도 그런 말들을 합디다. 내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보여주기 위해 봉사활동 한다고 말이에요. 그런 오해의 시선이 참 징하게 따라다녀요. 물론 아예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권세를 누리기 보다는 그 일을 하면(국회의원) 나누는 일에 보탬이 되고, 또 몸담고 있는 업의 발전을 위해 힘을 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개인적으로 은근히 바랬던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수 년 전 세무사회장으로 일하던 당시, 주변에서 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그를 추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고 한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당시 세무사 업계가 이런 저런 어려움에 처해 있어 한 사람이라도 힘을 보태야 할 시기, 세무사회장으로서 각종 봉사활동으로 사회적 명망을 쌓은 그가 제격이었던 것이다. 주변의 부추김에 그도 많이 흔들렸고 또 바랬다고 고백했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 때 내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양보'했다고 해도 상관없다. 근데 그 누구도 여의도에 입성하지 못했으니, 누구에게든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지금도 그는 당시 꼭 하고 싶었던 일을 누군가는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가진 직함이 오해의 시선을 잔뜩 키운 경우도 있었다.
그는 국민들의 성금으로 조성된 수 백억원 규모의 기금을 관리하는 천안함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해 왔다. 올해로 6년 임기가(1차례 연임) 만료되면 누군가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내려올 예정이라고. 천안함재단 이사장으로 일하며 오해를 받은 것은 엉뚱하게도 '골프' 때문이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2함대가 관리하는 골프장에서 천안함재단 임원들과 골프를 쳤다. 임원 중 한 명이 재단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환송 차원에서 이루어진 자리였다. 비용도 각자가 부담했다. 그런데 일이 잘못될 요량이었는지, 언론 지상에 '재단경비로 골프를 쳤다'는 둥 오해가 불거졌다."
재단 운영과 관련해, 특히 돈 문제에 있어서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부해왔던 그 였기에 그런 오해에 대해 상심이 컸다고 귀띔했다.
"내가 더 조심해야겠다, 는 생각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나는 부끄럽지 않더라도 남들은 나를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구나, 하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날 골프라도 잘 쳤으면 좀 덜 억울했을 것 같다(웃음)."
"내 미래? 나누다 죽고 싶다"
1946년생인 조 회장은 올해로 71세다.
가뜩이나 이런 저런 활동을 하느라 바쁜데, 틈나는 대로 3명의 손자들까지 봐주느라 정말 눈코 뜰 새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국세공무원으로 잘나가던 중장년 시절을 거쳐 이제는 완연한 노년에 접어든 조 회장. 앞으로 인생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망설임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보다 남이 더 잘되기를 바라며 살아온 세월, 그는 남은 인생 또한 남이 더 잘되기를 바라고 지원하며 살아가겠다고 한다.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내 진심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신이 더 잘 알고, 또 의심의 눈초리보다는 격려의 눈빛, 경외의 눈빛으로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자신의 집무실을 빼곡히 채운 물건들을 둘러볼 것을 권유했다.
현직 시절 받았던 임명장과 표창장, 훈장, 각종 공로패와 감사패를 비롯해 크고 작은 언론사 인터뷰 액자(해당 언론사에서 선물해 준 것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어보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각종 나눔의 기록들...
지금까지 쌓아온 것만으로도 그는 꽤 많은 것을 이루어낸 인물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또 무언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열심히 자신의 캐릭터대로 살아갈 인물이다.
그의 이 기록들은 '조용근'이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고마워하는, 그가 도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꽤 오랜 잔상으로 남을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