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사성어에 '복철지계(覆轍之戒)'라는 말이 있다.
먼저 간 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경계(警戒)를 한다는 말로, 남의 실패(失敗)에서 교훈(敎訓)을 얻자는 것인데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서 실천해 봄직한 좋은 의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나 모습을 보면 복철지계의 교훈을 무시하고 오히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는 식의 투자를 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아…그렇게 해서 실패를 하셨군요.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조금 더 분산투자를 하고 조금 더 신중하게 살펴보고 체크해서 위험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겠군요.” 이런 마음을 가져야 큰 실패가 없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나는 그렇지 않을 거예요. 암요. 당연하지요. 원래 제가 천운을 타고 났거든요. 또 그때하고 지금하고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요. 앞으로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이런 맘으로 투자를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문제이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항상 끝물에 들어가서 투자한 부동산이 근심과 걱정을 먹고 세금을 쏟아내는 애물단지가 된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은퇴를 2년 남긴 54세의 중견기업 부장 K씨.
경기도 용인에서 50평대 아파트를 5채나 보유하고 있다. 10억 이상의 대출을 받아 투자해놓고 몇 년째 팔리지 않아 아주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2015년에는 그나마 시장 분위기가 좋아서 팔 수 있으려나 했는데 역시 평형대가 커서 이마저 어려웠다. 게다가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다시 엄청난 공급이 이루어져 다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가뜩이나 엄청 낮춘 매도가격을 더 낮추면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부동산에 완전히 필이 꽂힌 40대 후반 주부 O씨.
너무나 유망하다는 주위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서 대규모 개발 호재지라는 모 중소도시의 상가를 4개나 투자했다. 그 중에 3개가 몇 년째 비어있어 관리비와 세금만 내고 있다. 언제 세입자를 구할 지 미지수가 쌓이는 먼지에 본인 가슴에 멍도 쌓이고 있다.
금융상품도 마찬가지여서 2007년도에 중국펀드를 비롯해서 국내외 펀드에 열풍처럼 가입을 했다가 몇 년째 원금은 고사하고 30% 이상의 원금손실을 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초자산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ELS에 투자했다가 크게 손실을 본 경우나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의 정치적인 테마주에 덜컥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는 경우도 무척이나 많이 봤다.
그런데 최근 투자자들의 모습을 보면 이러한 본인이나 주변의 실패 경험을 무시한 채 이제는 바닥을 쳤다고 외치면서 다시 들어가서 물타기(시장의 가격이 하락했을 때 손해 보는 투자에 대한 매수단가를 낮추기 위한 추가매수)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브라질 국채의 경우에도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바닥이라는 얘기를 몇 년째 듣고 있으면서도 가입하고 있다. ELS의 경우도 분명히 종목형의 경우 기초자산의 업황이나 주가 향방에 주목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마…'하면서 다시 가입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까지 손해를 봤는데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다는 오기로 혹은 객기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는 마음으로 투자를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때로는 한 발 물러나서 뺐다가 시장의 상황을 보고 다른 투자방법이나 다양한 분산투자를 통해서 위험을 회피해야 한다.
남들의 잘된 경우만 보지 말고 잘못된 경우나 실패한 경우를 볼 때 '설마 나에게도 그런 일이 발생하겠는가?' 라고 자신 있어 하지 말고 먼저 간 수레가 엎어지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더 조심하고 천천히 가도 늦지 않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경제나 금융은 크게 사이클을 돌면서 그 속에서 또 하나의 작은 사이클들의 집합체이다.
전체적으로 상승하더라도 단기간으로 보면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고 연 단위의 하락세에서도 월 단위로 보면 역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 적어도 매수 단계에서는 '과감함'보다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매도에 있어서는 '과감함'이 '신중함'보다 앞선다는 투자의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