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더 레지스터(the register)는 대만의 TSMC가 프로세서 설계업체인 ARM과 7nm(1nm는 10억분의1m) 핀펫 공정을 적용한 칩의 현실화를 위해 협력을 강화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TSMC는 “세계 최대의 전용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엔비디아, AMD, 퀄컴, 애플, 마벨, 브로드컴과 같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칩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7nm 칩셋은 모바일용을 넘어 차세대 네트워크와 데이터 센터에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수년간 기다려 온 저전력 고성능 SoC(시스템-온-칩)에 대한 집중적 연구개발을 통해 현실화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RM은 휴대폰과 대부분의 이동용 단말기에 탑재된 프로세서 코어 대부분을 설계한 회사로 이번 협력을 계기로 TSMC가 ARM 기반의 칩셋을 대부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다만 TSMC와의 협업이 SoC 전체를 ARM이 설계한다는 것은 아니고 7nm 공정을 적용할 수 있는 코어 개발을 앞당김으로써 자사의 설계도면을 이용하는 바이어(삼성 등)들의 구매력을 높이려 한다는 해석이다.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소식통들에 따르면 TSMC는 7nm공정을 구현하는데 신기술인 EUV(극자외선, 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가 아닌 멀티-패터닝 리소그래피(multi-patterning lithography, 극히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기판에 그려 집적회로를 만드는) 기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현재 칩 제조업체들은 액침 노광(렌즈와 웨이퍼 표면 사이의 공간을 굴절률이 큰 액체의 매질로 대체하여 포토리쏘그래피의 분해능을 증가시키는 기술)으로 불리는 포토레지스트(회로패턴 형성을 위해 실리콘 웨이퍼 등의 위에 감광성 수지를 도포하는 방식)를 사용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2017년까지 TSMC가 7nm 공정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셋은 소량에 그칠 전망이다. TSMC는 아직 10nm 공정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로 올해 말이나 돼야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nm 공정은 7nm 공정으로 이동하는 징검다리로 10nm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곧 바로 7nm 칩셋의 생산에 착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IBM은 지난해 7월 7nm 공정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적용한 제품은 아직 시장에 선보이지 않고 있으며 반도체 업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인텔조차 2017년 하반기부터 10nm 제품의 생산에 들어간다.
인텔의 10nm 공정 제품이 빠를까? 아니면 TSMC의 7nm 제품이 먼저 나올까? 아니면 삼성전자가 더 빠를까?
미세공정의 고도화를 둘러싼 업계의 경쟁은 칩의 크기와 효율성, 그리고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싸움과 동시에 기술적 우위성의 척도인 까닭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TSMC와 ARM의 7nm 기술 협력은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는 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A9(아이폰6S용) 칩셋을 두고 TSMC와 경쟁한 끝에 공동생산 할 수 있었지만 올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7용 A10프로세서는 TSMC에 완전히 넘겨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세공정에 있어 16nm 공정이 주력인 TSMC는 14nm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다소 뒤진 것은 사실이지만 10nm공정은 사정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올 연말, TSMC는 이보다 앞선 오는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ARM과의 협조 아래 7nm까지 성공한다면 동일한 ARM 코어를 이용한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