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법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급시기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세금계산서로도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급시기 전에 발급된 세금계산서라 하더라도 그 발급일이 속한 과세기간 내에 공급시기가 도래하고 그 세금계산서의 다른 기재사항으로 보아 거래사실도 진정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에 대한 매입세액은 공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은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이러한 구조에서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 관한 매출세액과 매입세액이 거래자 상호간에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부가가치세법은 세금계산서가 거래의 내용을 완전하게 나타내는 경우에만 적법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즉, 세금계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 공급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함과 동시에 공급받는 자에게 매입세액 전액에 대하여 불공제의 불이익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용역의 공급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세금계산서가 발급되었다는것으로 문제가 되었다. A는 2011년 10월 18일 공사대금 중 30억 원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선발급받은 후 그 지급기일인 2011년 10월 31일 대금을 지급하였다.
장기에 걸쳐 건설공사를 하는 경우 공사의 진행정도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 경우 부가가치세법은 공사비를 지급한 날에 용역을 공급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날짜에 세금계산서가 발행되는 것이 원칙이고, 그 보다 먼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7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받아야만 적법한 것으로 취급된다.
과세관청과 1심은 대가를 지급받기로 한 2011년 10월 31일이 용역의 공급시기인데, 이 보다 전인 2011년 10월 18일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보았다. 물론 7일의 기간도 지났다. 따라서 이 사건 세금계산서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이기 때문에 매입세액을 공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만, A는 동일한 과세기간에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용역을 제공받았고,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환급받을 의도도 없었으므로 매입세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적힌 세금계산서이더라도 부가가치세 제도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거나 세금계산서의 본질적 기능을 해치지 않는 경우에는 매입세액의 공제를 허용하는 것이 부가가치세제의 기본원리에 부합한다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다.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불공제는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온다. 거래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가가치세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선발급 세금계산서라도 부가가치세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거나 본질적인 기능을 해치지 않는 경우에는 매입세액이 공제된다고 판결하여, 까다로운 세법의 규정을 정확하게 모르는 선량한 사업자가 구제받을 수 길을 열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환영할만한 판결이다. 대법원 2016.2.18.선고 2014두3570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