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선거전이 중반을 넘어섰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지각이 요동치면서 제2 야당이 생겨나고 제1 야당의 얼굴이 바뀌었다. 여당은 유래 없는 공천전쟁을 벌였다.
선거하면 정치적 약속인 공약이 뒤따른다. 정당은 정당별로, 각 후보자는 후보자별로 공약을 내세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공약(公約)이 빌 공(空)자 공약(空約)으로 여겨지는 것은 왜일까?
각 정당의 공약을 예로 들어보자. 노인에 기초연금 30만원,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인하, 100% 국가책임 보육실천, 반값 임대 공정주택, 2020년 고교무상교육, 영유아 보육국가책임 등은 모두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후보자의 공약은 해저터널, GTX, 자족도시 기반마련, 경전철 국고지원확보 등으로 모두 돈이 드는 일이다. 이들 공약을 보면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공약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의 기본적 책무를 잊고 있다.
마치 자신이 국정과 시정(市政)을 다 해내겠다는 태세이다. 헌법을 보자.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제54조).”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다(제60조 제1항)”가 중요권한으로 되어 있다.
국회의원의 기본적 책무는 입법을 하고, 정부예산을 확정하며 국정을 감시하는 일이지 복지를 이루어 내는 것은 아니다. 국회와 국회의원 본연의 책무에 걸 맞는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 선거구민들의 서로 다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욕구를 대변하고 조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책무를 수행하는데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다. 예컨대 소득중심 건강보험료 개편, 이익공유제 시행, 법인세 인상, 의원세비 등 최저임금과 연동화 등이 공약의 적격을 갖춘 것이다.
돈 안드는 공약이지만 제대로 된 공약이다. 어느 나라이든 정치의 큰 들은 보수와 진보, 경제에서는 자본주의의 수정 정도를 놓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한다.
모두 국가재정의 확충, 즉 증세 여부 및 재정투입의 우선순위를 놓고 대결을 벌인다. 이번 선거에도 핵심은 정당차원에서는 증세를 할 것인가, 증세를 한다면 누구로부터 어느 정도로 걷을 것인가, 그렇게 마련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순위를 놓고 투입할 것인가, 그 경우에 가능한 복지수준은 어느 수준에 있는지에 있다.
그에 대한 정책대안을 놓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여야 맞다. 돈만 있다면 복지와 개발사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를 믿고 자기 주머니에서 내는 세금이다.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자신들의 표를 얻기 위하여 몇 십 조원을 쓰겠다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개념 없는 돈 쓰는 공약에 대하여 검증하여 유권자를 일깨우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공정선거를 책임진 선거관리위원회의 제도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표만을 의식한 돈 쓰는 공약은 필연적으로 과잉입법, 쪽지 예산, 중앙정부와 재정갈등을 불러온다. 세금은 남의 돈 혹은 공돈이라는 인식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이제 엄청난 국가의 재정과 행정낭비를 가져오는 '세금만 축내는 공약'에 속지 않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