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달러 이란 시장서 200억달러 성과…해외손실 만회 노려
정유·가스시설 철도공사 댐공사 등 본계약까지는 시간 걸릴 듯
건설사들이 이란 시장이 개방되면서 그동안의 해외부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섰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4대건설사들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방문을 전후해 이란시장에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거둬 20조원이 넘는 실적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하락으로 중동건설시장이 급속히 위축돼 지난해 중동지역 수주가 전년도의 47%로 반토막이 나면서 수주에 목말랐던 건설사들이 이란시장으로 적극 대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에서 수주를 위한 협약체결 활동에는 박 대통령과 함께 현대건설 정수현사장, 대우건설 박영식사장, GS건설 임병용사장 등이 현지에서 진두지휘했다.
외신에 따르면 새로 개방된 이란시장은 연간 50조원의 건설시장이 열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번 대통령 방문과 함께 우리 기업들이 66건 최대 52조원의 MOU를 체결해 이란시장을 싹쓸이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정유시설, 철도사업, 댐, 해상 유전개발 등 다양한 분야 진출
이번 이란 공략의 가장 큰 성과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수주한 바흐만 제노 정유시설이다.
걸프만 연안에 있는 이 정유시설은 총 공사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한다. 현대건설 정수현사장과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은 직접 현지를 찾아 이란의 국영정유회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 정수현사장과 대우건설 박영식사장이 바흐만제노 정유공장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같은 날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3공구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테헤란에서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총 연장 121Km 고속도로 공사 중 3공구로 공사금액은 15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은 “이란 시장 진출을 통해 저유가로 위축된 해외시장에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란 현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만큼 수익성에서도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업무협약을 체결한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 빠른 시일 내에 본계약 체결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국내 유일하게 LNG 생산관련 독자 기술을 가진 GS건설은 사우스파스 가스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체결해 이란에서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된다.
이 사업은 총 8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스 11, 14단계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양사 협력이 골자로, GS건설은 약 24억 달러 가량의 수주 잔고를 확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이번 결실은 이란에서 그 동안 총 5개의 프로젝트(24억 달러)를 수행한 경험과 국내 유일 LNG 생산 독자 기술을 보유한 기술력 등을 이란 정부, 석유부 등 발주처 및 현지 업체들이 좋게 평가한 결과”라며 “이란 내 가스 플랜트의 절대 강자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하고, 향후 정유 석유화학 및 인프라 시장까지 사업 수주 기회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GS건설이 2009년에 공사한 사우스파스 9,10단계 현장 전경
■ 현대건설, 대림산업도 가계약체결 등 사업추진 중
이번에 구체적인 협약체결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가계약을 체결하거나 양해각서 체결 문턱에 있는 프로젝트도 다수 추진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로템과 공동으로 17억 달러 규모의 차바하르-자헤단 철도공사와 6억 달러 규모의 미아네흐-타브리즈 철도공사의 양해각서 체결을 앞두고 있다. 당초 대통령 순방에 맞춰 MOU를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발주처와의 세부사항 협의가 늦어진 것으로 전한다.
대림산업도 최근 이란에서 댐, 철도 공사, 가스, 정유 플랜트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53억 달러 규모의 이스파한~아와즈 철도건설 사업과 19억 달러 규모의 박티아리 수력발전 댐 공사의 가계약을 체결한 상황이고 16억 달러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시설 개선사업 재개 공사와 관련해 MOA를 체결했다.
■ 아직은 초기단계…"급하게 서두르다 해외부실 원인될라"
이처럼 총 50조원 이란시장에서 국내의 4대 건설사만으로도 20조원이 넘는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성과가 아직은 의향서나 양해각서, 가계약 수준이라 향후 본계약까지 가려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란은 오랜 경제제재로 자금이 부족해 프로젝트의 금융을 우리 기업이 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 최종계약까지 가기에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 중동시장에서 무분별한 저가수주로 아직까지 고생을 하고 있는 경험을 되새겨 외형과 실적에 급급한 사업추진이 되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동안 회사마다 1조원 내외의 해외손실을 털어내는 등 해마다 어닝쇼크를 시장에 던진 이유가 4~5년전 중동에서 불붙었던 우리 건설사간 수주경쟁때문"이라며 "이번에도 이벤트에 맞춰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 계약까지는 신중을 기해 향후 부실의 원인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건설때문에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한 우리 건설사들에게 이란시장이 과거부실을 털어낼 기회가 될지 또 다른 부실요인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