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홍욱 전 관세청 차장(사진)이 '연어' 처럼 돌아왔다.
청와대는 23일 천 전 차장(이하 천 관세청장)을 김낙회 관세청장을 대신할 새로운 관세청의 수장으로 낙점했다.
천 관세청장은 엄밀히 따지면 관세청 내부출신이지만 이미 지난해 초 공직에서 퇴직한 '민간인' 출신이기도 하다. 그동안 장관급 인사에서 퇴직한 공직자들이 부활하는 케이스는 많았지만 차관급 인사에서 퇴직 관료가 퇴직 전 근무부처의 수장으로 낙점된 케이스는 매우 드물었다.
그런 만큼 천 관세청장 인선은 관세청 내외부를 얼떨떨하게 만든, '깜짝인사'로 풀이된다.
천 관세청장은 알려진 대로 관세청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통관지원국장, 기획조정관, 서울본부세관장, 심사정책국장 등 관세청 내에 주요보직을 두루 역임했으며 최종적으로 관세청 차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관세청 내부에서 '기획재정부 낙하산 청장' 관행을 끊어낼 유력 주자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끝내 그 관행을 이겨내지 못했고 수 개월 동안 행정고시 동기와 어색한 동거(김낙회 전 관세청장)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3월 공직에서 물러났다.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조직을 떠난 그가 1년2개월여 만에 관세청으로 다시 복귀했다. 본인은 물론, 조직에서 원하던 '내부인 출신 청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지난해부터 관세청장 교체설이 붉어질 때면 모든 관심은 문창용 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에게 쏟아졌다. 사상 첫 내부인 출신 관세청장이었던 성윤갑 전 관세청장 이후, 과거의 관행이 부활하면서 22대 허용석 전 관세청장부터 김낙회 전 관세청장까지 5번 연속 세제실장이 청장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어떤 배경에서인지 몰라도 문 실장이 후임 관세청장으로 영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올해 초부터 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최근에는 의외의 인물(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산자원비서관)이 이미 낙점이 됐다는 이야기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나왔다.
하지만 관세청 수장의 자리는 문 실장도, 정만기 비서관도 아닌, 퇴직 후 관세청 유관단체에서 제2의 인생을 살던 천 관세청장에게 주어졌다.
김종렬 관세청 차장 임명 '나비효과'
천 관세청장의 인사 배경엔 이달 초 인선된 김종열 관세청 차장의 임명이 분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지난 2일 정부는 관세청 차장에 기재부(관세국제조세정책관) 출신 김종열 국장을 임명했다.
관세청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세제실 등 외부 출신의 득세로 인해 관세청에선 차관급 인사가 탄생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었는데, 관세청 2인자 자리마저 상급기관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행시 출신 인사의 공백으로 한동안 관세청 내부에선 차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관세청 직원들도 이 같은 전망에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기재부도 고개를 '갸우뚱' 했다. 기재부 입장에선 김종열 차장의 임명으로 인해 문 실장의 관세청장 영전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기 때문. 아무리 상급기관이지만 차장에 이어 청장까지 내려 보낸 다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발심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출신 정만기 비서관이 유력후보로 등장한 것도 이와 맥을 함께 한다.
정 비서관의 부상에는 현재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관세청 내부의 문제도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정만기 비서관은 관세청장 자리를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정 비서관을 관세청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정 비서관이 관세청장 보다는 친정(산업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 카드를 접고, 새 인물을 물색해 왔다는 이야기다.
특히 관세청 조직의 여론 동요도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연동되면서 사실상 버려진 카드였던 '천홍욱 카드'가 급부상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세청 직원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지만 일단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모습이다.
차장에서 바로 청장으로 승진하는 정상적인 내부승진의 모양새는 아니지만, 어찌됐든 관세청의 내부사정을 꿰뚫고 있는 '베테랑' 관세맨이 관세청장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천 관세청장으로 인해 앞으로 청장은 관세청 내부에서 나오는 풍토가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여러모로 1년 2개월 만에 관세청으로 돌아온 '연어' 천 관세청장의 행보에 관세청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