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 이외의 파생상품이 결합된 파생결합증권(DLS)의 4월말 잔고가 102조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신용파생상품이 결합된 파생결합증권의 경우 발행되자 마자 완전 판매되는 등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한다. 수요의 확대가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금융지식이 부족한 비금융 제조업자는 물론 강남 부자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유가증권에 파생상품의 속성이 내재되어 있는 통칭 '구조화 상품' 덕분에 파생상품에 접근이 어려웠던 제조업 및 개인투자자도 새로운 투자자산군에 대한 소액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이는 투자포트폴리오를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품의 발행 및 판매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며 금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의 경우 자신이 투자한 파생결합증권에 내재되어 있는 리스크 속성을 적절히 파악하지 못 할 수 있다. 더하여, 파생결합증권의 판매 과정에서 발행사 및 판매사들은 내재되어 있는 파생상품 기초변수의 속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보다는, 최고수익률, 중도상환조건, 수익률 산정방식 또는 중도상환확률 등 수익구조 안내에만 치중하고 기초변수의 위험과 발행자가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리스크의 속성에 대한 정보제공에는 충실하지 않는다는 걱정이 있다.
또한, 투자자 관점에서 파생결합증권 회계처리에는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직관에 반하는 것 같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파생결합증권 중 근래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신용파생상품 연계 파생결합증권(신용연계DLS)'를 중심으로 K-IFRS 회계기준 및 적용방법을 알아보자.
신용연계DLS의 발행구조와 투자구조
먼저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고 있는 신용연계DLS의 발행구조를 간략히 도해하면 아래와 같다.
현행 K-IFRS는 이렇게 비파생금융상품에 파생상품이 내재된 상품을 '복합상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내재된 파생상품을 마치 별도로 거래한 독립적인 파생상품처럼 회계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례로 제시된 신용연계DLS에는 '신용부도스왑(CDS)'이라는 파생상품이 내재되어 있으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재된 CDS를 분리하여 별도로 파생상품 공정가치 측정 및 당기손익 인식해야 한다.
근래의 금리추세를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 3.3%라는 수익률은 높게 인식될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신이 수취하는 높은 수익률에는 CDS라는 신용파생상품을 매도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으며 대신 제3자의 신용위험이라는 추가적인 위험을 이전 받게 된 것이다.
먼저 사례의 구조 상 상품을 발행한 A금융회사는 어떤 기업(보장매입자)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X)의 신용위험을 부담하며 매기 연3%의 미달러화 표시 프리미엄을 수취하게 된다. 보장매입자는 A금융회사와 왜 이런 계약을 체결하고자 했을까? 보장매입자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X)는 시장위험과 신용위험 크게 2가지 종류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보장매입자는 시장위험은 여러가지 수단(파생상품, 자산부채종합관리 등)을 이용하여 헷지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회사채 발행자의 채무불이행, 파산, 부도, 신용등급의 급락 등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약속된 시기에 약속된 원금과 이자를 수취하지 못 할 소위 신용위험이 남게 된다. 이런 신용위험 또한 관리해야 하며 그 관리수단 중 1가지가 도해한 CDS라는 신용파생상품인 것이다. 보장매입자의 '보장'이란 단어는 엄밀히 말하면 신용사건 발생에 대한 보장을 의미한다. 신용위험을 헷지하고자 하는 보장매입자는 A금융회사에게 신용위험 이전대가로서 일정한 프리미엄을 매기 지급한다.
그러면 프리미엄을 지급한 보장매입자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회사채(X)의 발행자에게 채무불이행 등 사전에 정의한 '신용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보장매입자가 보유하고 있던 회사채(X)의 가치는 급락하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약속된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 하게 되는 신용위험이 현실적으로 발현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 때 신용사건에 의한 손상된 가치의 채권을 보장매입자에게 이전하고 대신 최초 투자금액 상당액을 보장매입자에게 수취함으로써 CDS계약은 종료되는 것이다. 일종의 신용사건 조건부 풋옵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 자차보험과 비교하여 생각해 보자. 평소에는 보험료(CDS프리미엄)만 지급하다가 '교통사고(신용사건)'가 발생하면 사고에 의해 가치가 급락한 자동차(신용사건 발현된 회사채)를 보험사(보장매도자, A금융회사)에게 주고 계약상 보험금(회사채 투자원금)을 받는 방식이다. 망가져서 가치가 급락한 자동차를 일정 행사금액으로 보험사에게 파는 풋옵션과 유사한 계약 구조인 것이다. 즉 신용연계DLS 투자자가 수취하는 3.3%라는 높은 수익률에는 최초 투자원금을 미달러화로 바꾼 후 투자한 매우 낮은 위험의 변동금리채권과 CDS라는 풋옵션의 '매도' 대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례의 신용연계DLS 투자자는 투자 포지션이지만 그것을 쪼개어 보면 저위험채권(비파생금융상품) 투자포지션과 CDS라는 풋옵션 매도포지션(파생상품부채)이 혼재되어 있는 복합상품 투자포지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파생상품부채로 별도 회계처리
그렇다면 신용연계DLS 투자와 관련된 관련 K-IFRS 기준은 어떻게 적용해야 되는지 설명해보겠다.
신용연계DLS의 투자자 회계처리에 있어서 가장 핵심요소는 내재된 신용파생상품(CDS)의 분리 인식 여부이다. 투자자의 수익 원천은 크게 2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상품 발행구조 상 Libor 수준 수익과 X가 발행한 회사채의 발행자 신용위험을 이전 받음으로 인한 대가이다.
현행 K-IFRS 상 신용위험 대가와 관련해서는 해당 상품의 발행자의 신용위험을 원천으로 할 경우 신용에 연계된 수익률 변동은 분리대상 내재파생상품 요소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발행자 신용위험이 아닌 제3자 신용위험에 연계되어 주계약 채권의 현금흐름을 변형시킨다면 해당 내재신용파생상품은 분리 인식 대상인 것이다. 관련 문단을 참조하면 아래와 같다.
K-IFRS 제1039호 AG30(8): 주계약인 채무상품에 내재되어 있고, 당사자 중 일방('수익자')이 특정 준거자산의 소유여부와 관계없이 당해 준거자산의 신용위험을 제3자('보증자')에게 이전하는 신용파생상품은 주계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러한 신용파생상품으로 인해 준거자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 보증자도 당해 준거자산의 신용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신용연계DLS의 발행자인 A금융회사가 아닌 제3의 회사채 발행자(X)의 신용위험에 연계된 내재신용파생상품(CDS)는 투자자 관점에서도 분리 인식해야 하며, 일종의 신용사건 조건부 매도 풋옵션이므로 파생상품부채로 인식하고 후속적으로 당기손익인식항목으로 측정해야 한다.
한편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신용파생상품은 금융보증계약의 정의를 충족하여 원천적으로 파생상품의 정의를 충족하지 않고 금융보증부채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보증계약의 정의는 1) 채무상품의 최초 계약조건 또는 변경된 계약조건에 따른 2) 만기일에 특정 채무자가 상환하지 못하여 3) 보유자가 입은 실제 최종 손실을 변제하기 위해 발행자가 특정금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계약이다.
신용파생상품과 금융보증계약은 서로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바, 상기 세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신용파생상품 계약은 회계기준 상 파생상품이 아닌 금융보증부채로 회계처리되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의 신용파생상품계약은 특정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보장매입자의 실질적인 손실 여부가 해당 계약의 변제 조건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금융보증계약 정의를 충족한다면 K-IFRS 제1039호는 별도의 회계처리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바, 해당 금융보증계약부채의 최초 인식시에는 공정가치로 측정하고, 후속측정시에는 상각후원가 또는 K-IFRS 제1037호에 의한 우발부채 측정금액 중 큰 금액으로 측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성훈 공인회계사
EY한영회계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