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과 신축아파트 등에 LED 조명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편승, 중국산 LED 램프 밀수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지난해 LED 조명기구 불법 수입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단속을 실시, 그 결과 조명기구 174만개, 175억원 상당을 밀수·부정 수입하고 원산지 표시를 훼손한 일당들을 소탕할 수 있었다.
서울본부세관 조사총괄과에 근무하고 있는 이옥재 관세행정관(사진)은 LED 단속을 통해 국민생활에 쓰이는 불량 LED제품의 보급을 막을 수 있었고 국고보조금의 부당지급도 차단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 중국산 불량 LED 대량 유통…국고보조금 까지 '꿀꺽'
밀수제보를 단서로 수사했던 한 건의 사건이 LED 조사의 시발점이 됐다.
당시 세관의 조사가 시작되자 겁을 먹고 도망 후 1주일이 지나 피의자 신분으로 사무실에 나타났다는 업체 대표 A씨.
이 관세행정관은 "뻔뻔하고 말도 안 통하는 가장 힘든 부류였다"고 회상하며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세관조사로 인해 사업이 망하게 생겼다'며 수사관을 원망했다"고 혀를 찼다.
조사 결과 A씨는 화재와 감전 위험이 있는 중국산 불량 LED 램프 수만개(10억원 어치)를 국산품으로 속여 아파트 단지에 납품하고 해당 물건을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수입할 때 엉뚱한 품명으로 속여 수입신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이 관세행정관을 비롯한 서울세관 수사팀은 중국에서 불량 LED제품을 무분별하게 수입한 후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고효율에너지인증을 받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국고보조금까지 받아 내고 있다는 실상까지 파악하게 되었다.
이에 이 관세행정관은 백열등에서 LED제품으로 교체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맞추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중국산 불량품의 부정수입을 적발하면 결국 국민생활에 쓰이는 불량 LED제품의 보급을 막을 수 있고 국고보조금의 부당 지급도 차단할 수 있다는 '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수사팀에서 실시한 정보분석의 큰 줄기는 LED 제품의 모델규격 신고내용과 그와 연관된 전기용품안전인증서의 내용을 정밀 대조하고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 관세행정관은 "여러 모델의 LED제품 수입에 하나의 안전인증서가 반복해서 사용되는 사례, 수입업체 카달로그에는 아주 다양한 모델의 수입 LED제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 업체가 갖춘 안전인증서는 달랑 10개 이내의 품목인 사례 등 의심스러운 수입업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보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10여개의 혐의업체를 방문해 조사하면서 우리의 정보분석이 송곳과도 같이 악덕 수입업체들의 허점을 찔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6개월 간의 집요한 기획조사 끝에 중국산 LED제품 150만점을 부정수입한 15개 업체를 적발할 수 있었던 서울세관 수사팀. 이와 더불어 수사침은 에너지고효율 제품에 지급하는 국고지원금을 부당하게 편취한 사실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LED에 이어 의료기기에 대한 조사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임 관세행정관은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LED제품,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료기기 등이 수입되어 결국에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무역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수입업계에 경각심을 주는 우리 수사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꽃자리'"
이 관세행정관은 1993년 관세청에 들어와 지금까지 총 재직기간 23년 중 18년 간 조사업무(관세법위반등 사건의 조사와 처분, 범칙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20년 넘게 세관에 근무하고 그 대부분을 조사업무 쪽에 있다보니 제가 어떤 이유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며 "앞만 보고 달려온 20년의 세월을 천천히 되돌아 보면 나름대로 보람있고 의미있는 일을 쫓아 왔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허전하고 후회가 남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후반부터 2010년까지 밀수 대표 품목이었던 다이아몬드에 심취해 보석에 관해 공부하고 보석업계 종사자들을 찾아 그 뒤를 캐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최근 세상이 바뀌고 제가 해야 할 의미있는 일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임 관세행정관.
그는 "그러면서 제가 찾아낸 세관 조사업무의 화두는 국민안전 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 이후 변화를 다짐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굳센 줄 알았던 다짐을 시간이 흐려지게 만든다"며 "그러나 세관공무원으로서 그 다짐을 실천으로 옮길 방법을 깊이 고민하다 보니 우리의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우리가 꼭 해야 할 일도 그 범위가 넓고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관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를 보호하고 이웃을 보호하며 한 보금자리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 순간, 지금 제가 있는 이 자리가 '꽃자리' 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