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 정기총회, 운명의 그날 = 오는 30일 개최될 제54회 세무사회 정기총회에서는 회장임기를 평생 2번으로 제한해 이를 전임 회장들에게도 소급적용하는 문제와 함께 새로운 이사 선임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회의 갈등 봉합을 위해서는 이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1만2000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대한민국 최고의 조세전문가집단인 한국세무사회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회를 분열시킨 '회장 3선 출마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상식이 통하는 협회로 거듭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04년 이후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도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위헌법률심판, 법무법인도 외부세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제기되어 있는 등 세무사회는 외부의 난제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업계 내적인 공급과잉, 수익성 저하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세무사회는 오는 30일(목) 오후 2시 서울 한화63시티에서 제54회 정기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회장 임기를 '평생 2번'으로 제한하고 이를 전임자에게 소급적용하는 회칙개정안 승인 여부 ▲부회장단의 일괄사퇴 등에 따른 새 이사진 구성 여부 ▲백운찬 회장이 취임식 때부터 강조해 온 '갈등과 분열을 용광로에 녹이는' 탕평책 채택여부 등 상당히 민감한 주제가 다루어질 전망이다.
세무사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에서 지난 수년간 분열과 갈등을 유발해 온 요인을 제거하고 앞으로의 험난한 파고를 넘을 힘을 마련할 수 있을지 세무사회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회장 '평생 2번' 회칙개정안…상식이 통할까? = 이번 총회에서는 수년간 세무사회에 깊은 갈등의 골을 만들어 놓은 '회장 3선' 문제가 다루어진다.
지난 2013년 정구정 세무사회장 당시 세무사회장의 중임금지 회칙을 '연임'으로 유권해석하는 안건이 임시총회에서 통과됐고, 이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의 3선을 찬성하는 지지자들과 이를 반대하는 측이 갈려 집행부 구성원(상임이사) 상당수가 사퇴하는 등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세무사회장 선거에서도 조용근 전임 회장의 3선출마 빌미로 작용, 세무사회는 치유하기 힘들 정도의 갈등을 겪고 있다.
◆…'3선' 유권해석을 위한 세무사회 임시총회 = 지난 2013년 3월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에서 열린 세무사회 임시총회 모습.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세무사회칙 제23조 제6항의 '중임'을 '연임'으로 유권해석하는 사안이 통과됐다.
취임 후 줄곧 "갈등과 분열의 암 덩어리를 용광로에 넣어 태우자"며 세무사회의 통합을 강조해온 백 회장은 내년 세무사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임자들을 포함한 회장의 임기를 평생 2번으로 제한하는 회칙개정안을 내놓아 세무사회의 오랜 갈등을 원천봉합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하지만 백 회장의 의지는 이사회의 변절로 인해 핵심이 삭제된 채(전임자 소급적용) 의결되는 초유의 사태로 연결됐다. 대다수 세무사들은 이번 총회에서 회칙개정안의 소급적용 부분을 반드시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최근 세무법인 대표 등 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명을 제외한 33명이 당연히 소급적용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찬성하지 않은 1명마저도 소급적용에 대해 반대가 아닌 '판단을 유보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상식적으로 소급적용을 안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상식이 통하는, 제대로 된 연임 제한규정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임자에게도 적용되도록 소급적용을 명시한 부칙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태다.
특히 6명의 전직 회장들이 "이번 총회에서 과거 (회장)경력자들을 모두 포함해 회장을 평생 2번만 할 수 있도록 회칙을 개정해 이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연판장'을 백운찬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세무사는 "만약 부칙이 삭제된 채 이번 총회에서 (회칙개정안이)의결된다면 개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세무사회 50년동안 회장을 역임한 14명의 전임 회장들이 다시 출마해 분란을 일으키는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세무사회는 또 한번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부회장 '일괄사표'…새 집행부 구성할까?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지만 백운찬 회장은 새 부대에 묵은 술을 담은 격"라고 한 세무사는 진단했다. 지난해 세무사회장에 당선된 백 회장이 이사진들의 잔여임기 때문에 이사진을 전면 재구성하지 못하고 전임 회장이 임명한 이사진으로 회무를 꾸려왔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회장단과 상임이사회에서 통과된 '평생 2번' 회칙개정안의 부칙(전임자 소급적용)이 이사회에서 삭제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져 부회장단이 일괄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새 회장이 선출되면 이사진을 전면 재구성하는 것이 세무사회의 전례이지만 전임 정구정 회장이 이사진의 일부만 교체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꾼 탓이다.
이 때문에 이사진 상당수가 전임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어 회칙개정안 부칙 삭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언제든 백운찬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칙 삭제 논란이 이사회 구성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총회를 통해 이들을 모두 해임하고 백 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야 당장 눈 앞에 닥쳐 있는 난관들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가 홀로 사표가 수리된 김완일 전 부회장(선출직) 공석 문제도 백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해 업계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현행 세무사회 규정상 선출직 부회장이 사임할 경우 회장이 직접 임명할 수 있다.
◆…지난해 6월30일 제53회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백운찬 회장과 김완일(왼쪽), 한헌춘(오른쪽) 부회장. 김완일 부회장은 최근 제출한 사표가 세무사회에서 수리되며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 "화합 위해 갈등을 용광로에 녹이자"…누적된 갈등 해소할까? = 총회를 앞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향적 결단들이 이번 총회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무더기 징계를 받은 7명의 세무사(조용근, 안수남, 신광순, 김상철, 정범식, 구재이, 전진관)들은 ▲징계의 명분과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점 ▲백운찬 후보편에 서서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정구정 전임 회장 등 백운찬 회장 측 캠프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는 형평성 결여 등의 이유로 여전히 승복할 수 없다는 불만이다.
한 세무사회원은 "세무사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기총회에서 세무사회의 갈등을 유발시킨 사안들을 해소하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세무사회의 화합이다. 이번 총회가 새로운 세무사회를 만들어 나갈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회원들의 선택으로 선출된 세무사회장이 추진한 회칙개정안을 이사회가 정면으로 반박한 것은 이사회가 1만2000여 세무사회원들에 대해 쿠데타를 벌인 것과 다름없다"라며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현 이사진의 구성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정기총회에서 세무사회의 갈등의 골이 더 커질 것인지 봉합될 것인지가 결판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