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의 조세전문가들이 모여 국세행정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9일 오후 3시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국세청이 후원하는 '2016년 국세행정포럼'이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됐다.
원윤희 국세행정개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재정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건전하고 성숙한 납세문화 조성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으며,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성실납세 문화 확산, 납세자권익 보호 강화 등 국세청 발전과제에 대한 다양한 정책대안이 이번 포럼에서 활발히 논의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본격적인 포럼에 앞서 "사회 전반의 성실납세의식을 제고하고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하는 방안 마련과 함께 다국적 기업의 지능적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BEPS 프로젝트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
"가산세 없애고 벌금으로 부과해야"
포럼은 '국세청 50년, 국세행정의 역할과 과제'라는 타이틀 아래 3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박명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은 '납세자 인식 조사 및 납세의식 제고를 위한 방안', 윤태화 가천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은 '납세자 권익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적·행정적 발전방안', 박윤준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다국적 기업의 지능적 조세회피에 대한 대응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제를 준비했다.
박 센터장은 납세자 인식 수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납세의식을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을 제언했다.
박 센터장은 우선 개인적 규범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태도를 유도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홈택스 서비스 강화 등 서비스 채널별 만족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센터장은 탈세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현재 수준보다 확대해야 하며, 과세관청의 금융정보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납세자 권익보호 제도의 한계점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윤 원장은 현재 시행중인 납세자 권익보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며 선의의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악성민원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납세자권리헌장에 명문화 되어 있지 않은 납세자 권리를 보강하고 동시에 납세자의 성실한 협력의무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고충민원 처리제도의 개선, 사전통지 기간 연장 등 세무조사 선정과 통지의 개선, 세무조사 시기의 합리적인 조정 등을 주장했다. 특히 윤 원장은 성실납세 유도를 위해 가산세를 행정벌인 벌과금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제언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 고문은 BEPS(다국적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프로젝트에 따른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을 과제별로 제시했다.
박 고문은 조세조약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PPT(주요목적이 조약혜택 여부인지 판단), LOB(객관적 요건을 충족하는 적격인에게만 조약혜택 부여) 규정 가운데 좀 더 객관적인 LOB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업보고서 공유와 관련해서는 다른 국가의 오해 가능성이 없도록 신중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가간 조세조약의 해석, 부당한 과세처분 등의 조정에 대해 협의하는 상호합의를 위해 조직·인력을 보강하고 국가간의 과세권 경합 속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할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세범처벌법 강화할 필요 있다"
◆…국세행정포럼에 참석한 발제자 및 토론자들.
발제 뒤엔 토론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수천 건국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는 납세자 의식 제고를 위해선 엄정한 법규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세범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 공제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조세 포탈 혐의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포탈세액, 환급, 공제받은 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사기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세범처벌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법집행에 있어 입법적 개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절차적 규정이 담보가 되면 납세의식이 제고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BEPS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다국적 기업들은 자발적 절세를 하려고 한다. 기업경영에 있어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에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국세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다. 상위기관에서 TF팀을 구성해 능동적으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경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도 탈세에 대한 처벌 강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장 위원은 "발제문에 세무조사에 관한 연구결과가 있는데, 세무조사에 관한 두려움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대답이 30%고 중요하지만 매우 중요하지는 않다가 47% 다. 합치면 77% 가 세무조사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탈세적발 사례를 높이고, 처벌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또 "한국사람들은 지인의 성실납세가 매우 중요하다는 질문에 88%가 그렇다고 했는데, 같은 질문에 대해 미국사람은 40~50% 만 그렇다고 했다"며 "얼마나 세금을 효율적으로 걷느냐와 같은 효율성 못지 않게 형평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을 언급했다.
전 본부장은 "탈세의 효과적인 대응수단에 대한 결과를 보면 개인사업자들이 세무조사 인원을 늘리는 것을 꼽았는데 이게 이렇게 비중있는 응답인 것인가란 생각이 든다"며 "기업 입장에서 세무조사를 받아본 사람들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세법 관련 대책을 세울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세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세무조사와 가산세 부분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며 "탈세혐의가 없는 기업은 희망 조사기간을 신청하도록 세무조사 사전예약제 도입 등을 제안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전 본부장은 "발제자는 성실납세 유도를 위해 가산세 부과 대신 세정상 인센티브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는데 기업들이 크게 공감 할 것 같다"며 "가산세 경우 저금리 기조에도 과소납부에 대한 가산세율이 2003년부터 연 10%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납부불성실 가산세도 신고납부 가산세처럼 부정 유무를 구분해서 가산세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한국납세자연합회 사무총장은 "조세가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매년 조세제도가 많이 바뀌고 있다. 조세제도의 예측가능성은 낮아지고 불확실성은 높아지기 때문에 납세자 입장에서는 사업을 설계하거나 가계 플랜을 세울 때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EPS의 경우 다른 나라 세무공무원을 상대해야 하고 민간 조세전문가들과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한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전문가들이 오랜기간 국세청에서 근무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홈택스를 사용하도록 해보고 실제로 사용방법이 쉬운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문제는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민을 대상으로 이해하기 쉽게 개선할 필요가있다. 이것이 납세서비스를 높이는 길"이라고 제언했다.
이재락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은 "납세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납세자 보호에 대한 제도는 많이 갖춰져 있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EPS와 관련해서는 국세청 입장 뿐 아니라 관련 기업과도 같이 협력을 하고, 국익 입장에서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같이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