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검색

글자 크기조절

글자 크기가 적당하신가요?

[관세청의 '숨은 일꾼']서울본부세관 문지현 관세행정관

유통이력 관리 '스페셜리스트'…상인들 마음 녹이다

조세일보 / 이현재 기자 | 2016.07.21 08:24

국가 간 관세장벽이 사라지고 먹을거리의 교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 권익보호와 사회 안전 도모를 위한 관세청의 역할이 여느 때 보다 중요해 지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특정 수입물품의 통관·유통 내역 및 경로를 추적하고 관리함으로써, 수입 후 원산지 표시위반이나 비식용물품의 식용둔갑 행위 등으로부터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유통이력 관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제도가 있으면 제도를 관리할 실무자가 반드시 필요한 법.

ㅇㅇ

서울세관 수입과에 근무하고 있는 문지현 관세행정관(사진, 53세, 관세직 8급)은 유통이력 관리제도의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1982년 관세청에 입사해 올해 34년차인 문 행정관은 현재 서울세관에서 4년째 수입물품의 유통이력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문 행정관은 "서울세관은 전국 유통이력 신고물량의 20%를 처리하고 있으며 하루 처리 건수만 1000여 건이 넘는다"며 "유통이력 담당자인 저와 수행요원 4명이 일심 단결해 이른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유통이력 업무에 열정을 쏟고 있다. 어깨가 무겁지만 한편으론 업무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은 문 행정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통이력 관리 업무와 관련한 그동안의 고충과 앞으로의 비전 등을 들어보았다.

□ "내가 알아서 할건데, 세관에서 왜 이렇게 괴롭혀"

Q. 초창기 유통이력 관리업무를 시작할 당시 고충은 없었나요?

☞ 처음 유통이력 업무를 시작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음을 새삼 느끼곤 한다.

유통이력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우리 출근시간(9시)에 맞춰 시장에 나가면 이미 상인들은 자리를 비우고 없기 때문에 상인들이 일하는 새벽시간에 맞춰 시장으로 출근을 해야만 했다.

더구나 새벽부터 수행요원들과 함께 시장에 나가면 그분들은 우리를 전혀 반가워하지 않고 오히려 귀찮아하면서 "매일 손에 물을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무슨 컴퓨터를 만지라고 하느냐", "새벽부터 시장에 나와 몸도 힘들고 지금 잠자러 가기도 바쁜데 무슨 신고를 하라고 하는 거냐. 내가 알아서 원산지만 제대로 하고 팔면 되지, 세관에서 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유통이력 신고를 해야 하는 상인들은 혹한 또는 혹서의 날씨 속에서 밤에 잠도 못자고 일을 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알기에 이해를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맡은 업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상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이것이 내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였다.

Q. 상인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가셨나요?

☞ 시간이 흐르고 상인들과의 접촉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 과제에 대한 정답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인간적인 접근이었다.

온몸이 꽁꽁 얼 정도로 추웠던 재작년 겨울 이른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송파구에 있는 대형 유통시장으로 유통이력 홍보 및 신고내역 확인을 위해 출장을 나갔다.

"안녕하세요? 많이 추우시죠? 아침 장사는 좀 하셨어요?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부는데 귀마개라도 좀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에 오면서 털 귀마개 사다 드릴게요"라고 말하며 힘들어 하는 상인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여주었더니 늘 냉랭하고 두꺼운 벽이 쳐져 있던 상인들이 웃기 시작했다.

또 이른 새벽 경매를 마치고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소주로 허기를 달래는 상인들이 자주 보는 얼굴이라며 잔을 권할 때도 "제가 지금 공무 수행 중이라 근무시간에 술 먹으면 큰일 납니다. 저 잘리면 책임질 수 있으세요?" 이렇게 농담하며 술을 사양하고 세상사는 얘기로 말을 돌리면서 상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벽을 허물어 갔다.

유통이력 근무 4년째인 요즘, 상인분들이 이제는 옆자리까지 내주며 앉아서 쉬었다가라며 소소한 집안일들까지 말을 건네며 담소를 나누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나도 이분들이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진다.

인간적인 따뜻한 마음으로 먼저 다가간 덕분인지 이분들도 우리는 더 이상 관과 민, 갑과 을의 어려운 관계가 아닌 함께 삶을 살아가며 공감하는 동료이자 가족이며 국민의 건강과 시장경제 안정을 위해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가 된 것이다.

ㅇㅇ
Q. 시스템상의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 유통이력 업무를 처음 접했을 때의 애로사항 중 또 다른 하나는 시장의 영세 상인들이 컴퓨터에 유통이력 신고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신고방법이 복잡하다며 수작업신고를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유통이력 신고를 해야 하는 수입자 및 유통업자가 유니패스(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를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신고서에 수기로 작성해 팩스로 신고하는 경우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물론 출장을 나갈 때마다 유통이력 신고에 대한 목적과 방법에 대해 수없이 말씀드리고 컴퓨터를 통해 유니패스에 접속해서 입력하는 방법까지 시연을 해주었지만 상인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로 들렸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일 1000개 이상의 신고 건을 수작업으로 받아 전산에 입력해야했는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Q.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신고를 받고 있나요?   

☞ 한정된 인력과 시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업무 부담을 줄이고 상인들도  쉽게 유니패스를 통해 신고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조합에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었다.

신고업체가 대부분 조합에 가입하고 있으며 조합 사무실에는 컴퓨터를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이용해 신고를 하면 상인들이 훨씬 수월하게 신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조합에 찾아가 상인들이 유통이력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중한 과태료가 부과되는 사실을 가지고 조합을 설득하면서 조합원들을 위해서 조합사무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일을 해주면 상부상조가 된다고 끊임없이 회유한 결과 하나 둘씩 조합에서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조합에 컴퓨터를 설치해놓고 하루 일과를 마친 상인분들이 조합에 들러서 유통이력을 신고하고자 하면 조합사무실에 계신 분들이 신고를 도와주는  이러한 방식이 현재는 서울시내 대형시장 11개 조합 모두에 자리잡고 있다.

또한 유통이력을 유니패스에 신고하는 분들을 직접 만나 신고하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어려움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해 유니패스 시스템에 대한 개선안을 도출해 내기도 했다.

이런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유통단계에서의 불법행위를 억제하여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효과와 불량 수입물품의 국내유입을 방지하고 시장유통질서를 확립해 생산자를 보호하는 간접효과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 "마부작침(磨斧作針) 자세로 일 하겠다"

문 행정관은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의 자세로 유통관리 업무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혹시나 업무소홀로 불량수입 먹거리가 유통된다면 내 아이가 그 불량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민 식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녀의 다짐이다. 

문 행정관은 "국민 여러분께서도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물품의 원산지를 묻고 확인하면 상인들이 원산지를 변경해 판매하는 불법 행위가 크게 감소한다는 실험결과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산지 변경하는 불법 행위를 최전방에서 방어해주신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항상 원산지를 묻는 습관을 들여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행정관은 "앞으로도 시중유통단계에서 수입물품의 원산지 둔갑 판매행위로 상거래 질서가 문란해지지 않도록 우리세관에서는 지속적인 단속과 정화작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끈한 토픽·쏠솔한 정보 조세일보 페이스북 초대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