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보도자료에서 통계기준을 갑자기 바꾸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통계치의 비교기간을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설정하거나 금액을 표시할 때의 기준 통화도 '입맛에 따라' 다르게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는 그다지 좋지 못한 통계수치를 좋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며,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위조지폐 숫자는 줄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늘리고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보도자료에서 통계기준을 바꾼 사례는 지난 21일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중 위조지폐 발견 현황'이 대표적이다.
한은은 이 자료에서 올해 상반기 발견된 위조지폐가 637장으로 작년 동기(2천728장)보다 2천91장(76.6%)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발견된 위조지폐는 작년 하반기(565장)보다는 늘었다는 점이 문제다.
한은이 늘 위조지폐 수치를 전기 대비가 아니라 작년 동기 대비로 냈다면 이 자료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1년 전 낸 보도자료에서는 기준이 달랐다.
작년 8월5일 보도자료에서는 상반기에 발견된 위조지폐가 2천715장으로 2014년 하반기(2천602장)보다 113장(4.3%) 늘었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전년동기인 2014년 상반기(1천305장)와 비교했다면 1천297장(99.4%)이나 늘어났다고 발표해야 했는데, 이것이 싫었는지, 덜 늘어난 구간을 택해서 비교했다.
이에 앞서 2011∼2014년 보도자료에는 전년동기와 비교한 수치가 담겼다.
지난해 갑자기 비교기준이 전기대비로 바뀌었다가 올해 다시 전년동기로 돌아온 셈이다.
한은은 비교기준을 바꾼 이유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국민총소득(GNI)을 발표하면서 의외의 기준을 적용했다.
3월25일 국민계정 보도자료의 표지에서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3천93만5천원이라고 밝히고 괄호 안에 미국 달러화 기준 환산액을 표시했다.
1인당 GNI를 원화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014년 2천956만5천원에서 증가했지만 달러화를 기준으로 하면 2014년 2만8천71달러에서 지난해 2만7천340달러로 줄어든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화가 평가절하된 결과다.
한은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줄곧 보도자료 표지에서 1인당 GNI를 달러화 금액을 제시했다.
달러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로 다른 나라와 1인당 GNI를 비교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올해는 원화를 앞세웠고 보도자료에 그 배경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 한은 신뢰도 흔들…"일관성 있는 기준 중요"
한은이 보도자료에서 슬그머니 통계 기준을 바꾼 것은 특정 내용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위조지폐 통계의 경우 별다른 계절적 특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통계치는 대체로 전기대비로 자료를 발표하는 게 상식적이다.
이를 굳이 전년동기대비로 기준을 바꿔 발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위조지폐가 감소하고 있다고 홍보하고자 한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1인당 GNI 통계도 마찬가지다.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원화를 기준으로 할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났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
통계자료에서 전기 또는 전년동기, 달러화 또는 원화를 비교기준으로 삼는 것은 각각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은이 보도자료에 이유를 명시하지 않고 기준을 임의로 바꾼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보도자료는 한은 홈페이지에 게시되며 기자나 연구원, 학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참고하는 중요한 자료다.
따라서 한은이 의도적으로 '마사지'를 통해 특정통계를 부각하는 것은 중앙은행으로서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장밋빛 수치'에만 집착해서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할 경우 자칫 경제 상황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호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한은이 통계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기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