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마지막 왕비 앤 별세…종교·공산주의도 막지 못한 순애보 '감동적'

루마니아의 마지막 왕비 앤이 1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향년 92세.

이날 루마니아 왕가는 "루마니아의 마지막 왕 미하이 국왕(94)의 아내인 앤이 네 공주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앤 왕비는 공주 시절이었던 194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결혼식에서 미하이 국왕을 만나 사랑을 키워왔다.

가톨릭 가문인 앤은 정교회 가문인 루마니아 왕가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1948년 정교회 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이후 18년이 지난 1966년에 가톨릭 결혼예식을 올리며 가톨릭 교회에서 부부로 인정받았다.

이들의 결혼 생활은 망명과 수모의 연속이었다. 루마니아 공산 정부에 의해 미하이 국왕의 시민권이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일정한 거처 없이 이탈리아와 스위스, 영국 등으로 옮겨다니며 망명 생활을 이어가다가 1997년 에밀 콘스탄티네스쿠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야 시민권이 회복됐다.

앤 왕비는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미하이 국왕에게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암 투병 중인 미하이 국왕은 매일 병석의 앤 공주를 찾았던 것으로 보도됐다.

루마니아 왕가는 13일 쿠르테아 데 아르제슈에서 앤 왕비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거행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미하이 국왕과 5명의 공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