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계'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슬램덩크' '비디오스타' 등
섬세함·파워 겸비 '인기몰이'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 지난 1월 개그우먼 김숙은 '무한도전'에 출연해 2016년 예능 판도는 여성들이 장악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여성 예능들의 안정적인 행보는 김숙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수년간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1박 2일', '라디오스타'의 공통점은 진행자, 고정 출연자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지상파와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에서 여성 MC가 중심이 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2016년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는 김숙의 예측대로 여성 예능인이 MC를 맡거나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 점차 늘어났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호평까지 얻으면서 여성 MC 중심 예능 부활의 청신호를 울렸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된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는 MBC '라디오스타'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박소현, 김숙, 박나래, 차오루가 MC를 맡아 '라디오스타'가 보여주지 못했던 섬세하고 디테일한 점들을 공략했다. 방송 초반 0.6%이라는 시청률로 기존 케이블 예능으로서는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주면서 시청률 공약까지 내걸게 됐다.
'비디오스타'의 프로듀서인 이유정 PD는 "남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토크쇼에서 여자가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작했다"며 "'라디오스타'가 갖고 있는 친숙함과 익숙함에 저희 만의 컬러를 입히면 시청자들이 보고 싶을 만한 프로그램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비디오스타'에 앞서 4월 첫 방송된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6명의 여성 연예인이 꿈에 투자하는 계모임인 '꿈계'를 결성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앞세워 6주 연속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2016년 여성 예능 돌풍의 초석을 놓았다.
라미란, 김숙, 홍진경, 민효린, 제시, 소녀시대 티파니가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걸그룹 데뷔라는 다소 무모해 보였던 꿈을 실제로 성공시키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고 이들이 '뮤직뱅크'에 출연했던 영상은 조회수 400만 뷰를 기록하는 등 여성 예능에 대한 부활 가능성을 보여줬다.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이어 '비디오스타'까지 여성 예능의 성공적인 이륙을 이끌고 있는 개그우먼 김숙은 '비디오스타' 기자 간담회에서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다행히 잘 되고 있지만 다른 방송사에서도 여자들끼리만 할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할머니들의 힙합 배틀쇼 '힙합의 민족'.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 4월 초 시작했던 JTBC '힙합의 민족'은 할머니들의 힙합 배틀쇼라는 독특한 포멧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힙합 가수들과 60대 이상 여배우들이 콜라보레이션 힙합 공연을 통해 랩 배틀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은 매회 우리 사회의 여러 단상들을 솔직 담백한 가사와 랩으로 전하며 다음 시즌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음악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5'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역시 지난달 29일 시즌 3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여성래퍼들의 강한 디스전을 앞세워 큰 인기를 얻은 이 프로그램은 여성 예능의 필수 요소인 '걸크러쉬'를 제대로 보여주며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도 한때 프로그램 존폐 문제가 거론되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라미란, 김소연, 혜리 등이 활약한 '여군특집'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 첫 선을 보였던 1기가 소위 말해 '대박'을 터트리자 여군특집은 매 기수마다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방송됐다.
여자 아이돌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인 KBS '청춘불패'와 여자 연예인들이 펼치는 인기검증 프로그램인 SBS '영웅호걸'도 방송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여성 예능의 전성기는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능 전문 채널인 MBC 에브리원의 개국공신이자 다양한 여성 예능인들을 발굴한 '무한걸스'나 여성 예능의 시초격인 KBS '여걸식스'는 주말 시간대를 책임지며 여성 예능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이 2007년과 2013년에 끝나고 후발주자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남자 예능에 바통을 넘겨줬다.
전문가들은 여성 예능이 다시 빛을 보게 된 이유로 파워풀한 '남성성'을 들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무한도전'과 닮았다"며 "멤버들은 마치 '무한도전'처럼 서로를 돕고 응원하며 미션을 해결해나간다"고 밝혔다.
'비디오스타' MC인 방송인 박소현은 최근 '숙크러쉬'라는 별명을 얻으며 8개의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김숙이 각광받는 이유가 '남성성'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숙의 외양은 여성이지만 소년의 기질이 있다"고 말했다.
'여걸식스', '무한걸스' 등 여성으로만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이전 프로그램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계속되는 여성 예능의 도전은 남자 일색인 예능판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