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은 전반적으로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잘못된 세법을 바로잡는, 그런 의미의 세법개정안이라기 보다는 경제활성화 등 정책수요에 보조를 맞추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정치권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시키고 있는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 축소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담겨있지 않은 것도, 세법개정안에 대한 전반적인 '저평가'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숲이 아닌 나무들을 골라서 본다면 다른 평가들도 상존한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재계와 학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8명의 조세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16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를 수집한 결과, 재계와 학계의 시각이 상당부분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재계는 신산업, R&D, 서비스산업 등 기업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이 확대된 데에 대해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최근들어 부쩍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납부불성실가산세 문제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학계가 평가한 이번 세법개정안의 긍정적인 면은 재계와 완전히 포인트가 달랐다.
학계는 이번 세법개정안 중 서민주거안정,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면세자 축소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 조세특례제도의 일몰연장 부분이 엄격히 검토되지 못한 점, 금융자산양도소득이나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유예해 계층간 불균형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한 점 등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2016년 세법개정안, 재계의 시각은?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
"납부불성실가산세, 개선 폭 확대 필요"
신산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 확대는 우리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여건을 고려했을 때 꼭 필요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선점, 내수-서비스업 기반 강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 개정안이 입법돼 신산업에 대한 R&D와 투자 확대,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 등을 조세정책적으로 뒷받침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고용증대와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려 일자리 창출 여건을 조성하고, 기업이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사업재편을 해나감에 있어 세부담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합병·분할 등 구조조정 지원세제를 개선한 것도 바람직한 부분이다.
하지만 가산세제 개선 폭이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납부불성실가산세는 패널티 성격 뿐만 아니라 이자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인데 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14년째 동일한 가산세율을 유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부정행위 유무에 따라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을 이원화하고 단순착오나 오류 등 부정행위가 없는 경우 저금리를 반영해 가산세율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정부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신산업 등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비과세·감면 정책방향과 배치되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 재정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고용 세제지원, 중소기업에만 한정 아쉽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성장산업 R&D·투자 관련 세제지원 확대, 벤처투자 활성화 지원, 선제적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등은 우리 경제 활력제고에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공제율을 최대 30%로 인상하고 신성장산업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 신설 등은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력 확보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가능케 함으로써 성장동력 확충과 경제활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고용·투자 세제지원 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유흥주점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업종으로 확대했는데,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증대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를 중소기업으로 한정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중견기업은 총 2979개로 전체 기업 수의 0.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전체의 약 5.4%인 90만여개 기업당 약 307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고용증대에 대한 세제지원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할 경우 중견기업의 고용유인을 강화해 청년실업해소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견기업계가 건의한바 있는 가업승계 요건완화 등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아 매우 아쉬운 점이다.
사실 가업승계 대상 기업이 확대됐지만, 융복합이 필수적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동일업종을 10년간 유지해야 한다거나 고용을 120% 유지해야 하는 등 사전사후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기업이 이용하기 어렵다.
우리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장수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엄격한 사전사후요건을 완화해 장수기업 육성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장수기업은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 납부를 통해 국가재정과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국회 쟁점이 될 만한 부분은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부자증세 논란입니다. 이미 20대 국회에서 법인세를 25%까지 올리자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대내에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법인세까지 인상한다면 기업의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기업소득환류세제다. 중견기업이 신산업을 투자하거나 M&A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며 수년 동안 자본을 축적해야만 하는데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기 때문에 자본 축적을 어렵게 해 신산업이나 M&A 투자를 불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정부는 M&A를 활성화하겠다고 각종 대책을 발표했는데, 기업소득환류세에서 M&A는 투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견기업의 투자나 M&A 활성화를 위해서도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재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상철 중소기업중앙회 선임연구위원-
"세법개정안 투자지원, 중소기업에게는 먼나라 이야기"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잘됐다고 보이는 점은 미래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고용증진을 위한 고용·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한 부분이다.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특히 제조업 또한 서비스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구축 의지는 상당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
업종 범위가 확대되는 고용·투자 지원세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신용카드 매출세액 우대공제율과 음식점업의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우대율 연장은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개정안이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의 주된 동력이 되는 중소기업과는 상당한 먼 이야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개발된 기술 및 상품을 시장에 출시하며 보호받는 방법은 특허, 실용신안, 상표권,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 확보는 안정된 영업활동을 영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특히 중국 및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의 영업권 보호를 위해서는 절실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세제 측면에서도 지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제출되어 최종 통과에 이르기까지 예년에 비해 상당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야당에서 공개한 내년도 세법개정안은 조세부담률을 높이고 고소득 계층·법인의 우선 부담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이 높은 법인의 세율을 예전의 법인세율로 되돌리는 안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당과 첨예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은 OECD 주요국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계속 무시하고 가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세수구조를 살펴보면 직접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OECD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법인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이 OECD에서 4위에 위치하고 있어, 아마 소득세 부문에서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정금융팀장-
"환류세제 강화, 기업 규모별 차별 확대는 아쉽다"
내수 침체, 수출 부진 장기화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제 활력 제고에 방점을 둔 이번 세법개정안의 기본 방향에 공감한다.
특히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R&D 세제개선, 기업의 사전적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한 적격합병 요건 조정 등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기업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투자 세제지원 대상 업종 확대, 문화콘텐츠 진흥세제 신설 등과 함께, 과세 합리화 차원에서 마련된 납세협력의무 위반에 대한 가산세 부담 완화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시행된지 1년만에 기업소득환류세제를 강화하고,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적 세제 지원이 확대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향후 국회에서는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논의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우려가 높으며, 인상시 경기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 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주요기업 10곳 중 6곳은 매년 세부담이 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법인세마저 국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터전을 옮기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이 현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