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이른바 '미래 먹거리'인 신(新)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세금지원책을 내놓은 가운데 재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중견·중견·대기업이 지출하는 신산업과 관련한 연구개발(R&D) 투자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크게 늘리기로(최대 20%→최대 30%) 했다.
미래형 자동차, 로봇 등 높은 실패위험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기업들의 신산업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다. 대체적으로 재계는 정부의 세제지원책이 도화선이 되어 내년부터 신산업 R&D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세제지원을 통해 노리고 있는 정부의 정책효과가 시장에서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한다.
특정 업계(제약회사)를 제외하고 신산업·일반기술을 한 조직에 놓고 융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별도의 신산업 관련 전담부서를 꾸리기 어렵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10일 정부의 '2016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신성장산업 R&D 세액공제 제도를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 헬스, 에너지 신산업·환경, 로봇 등 11대 신산업 기술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11개 신산업 분야에 해당하는 세부기술은 시행령에 담기로 했다.
신산업 기술과 관련한 R&D 투자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기존 20%에서 최대 30%(중견·대기업 20%+a)까지 인상된다. 기존 20%에 더해 매출액 대비 신산업 관련한 R&D 지출 비중을 가중치로 최대 10% 추가 공제가 가능해진다.
일반 R&D 비용보다 높은 공제율을 적용해 기업들이 미래성장 동력을 찾는데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자리까지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
특히 성장잠재력이 대단히 높은 신약 분야 투자를 유도하는 지원책도 내놨다. 현재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세액공제 대상에 신약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바이오신약의 경우 후보물질발굴 기술, 화합물신약의 경우 후보물질발굴 기술과 임상1·2시험으로 한정하고 있다.
정부는 제3상 임상시험도 신약개발 R&D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제3상 임상시험이란 신약의 유효성이 어느 정도까지 확립된 후 행해지는 것으로 시판허가를 얻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단계의 임상시험을 의미한다.
신성장산업 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 투자의 경우 투자금액의 10%(중견 8%, 대기업 7%)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제도 또한 신설한다. 가령 '임상 시험 등을 거쳐 신약 특허'를 획득한 기업이 보유한 신약 생산 시설 등이 공제 대상이다.
이는 우라나라가 GDP 대비 R&D 투자는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에 있으나, R&D 성과와 사업화 실적은 투자 규모에 못 미치는 실정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R&D를 통해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에 대해서도 세제지원을 해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장산업 R&D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문화콘텐츠' 기술의 범위도 늘렸다.
현재 게임·영화 등의 콘텐츠 기술만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앞으로는 음악·웹툰 등에 대한 콘텐츠 기술에 투자하는 연구개발비용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상영분에 한해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비의 10%(중견·대기업 7%)가 세액공제 된다.
"정부의 절박함은 알겠지만…" 엇갈리는 반응들
신산업은 투자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약개발이 대표적이다.
실제 세계제약연맹에 따르면 신약개발은 평균 성공률이 0.02%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규 15년이고, 투입되는 비용만 13억 달러에 달한다.
정부가 신성장산업으로 규정한 무인차와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무인차 및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구글의 경우 무인차와 인공지능 등 신사업에서 매년 30억 달러 이상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을 정도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정부의 세제지원책이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제약업계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는 R&D를 통해 이루지는데 실제로도 제약업계 전체가 매출액 대비 상당 금액을 연구비로 지출하고 있다"며 "제약 기업들 입장에서는 법인세율을 올리더라도 R&D공제를 현행 유지하거나 늘려주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연구 R&D 공제가 아니기 때문에 신약 관련된 회사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회사도 지난해까지 일반세액공제를 받았는데 공제율이 낮아져 현재 신성장 R&D 세제실 적용받을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아닌 이상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추가분(10%)의 기대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아울러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문화콘텐츠 기술에 대한 세제지원 범위가 너무 좁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신성장 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은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비용이 매우 적다"며 "시행령을 통해 매출액 기준을 해당사업 관련 매출액으로 정하지 않는 이상 추가 10% 세액공제 해주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한 조직에 신산업·일반기술과 관련된 융복합 연구가 많은데, 전담부서에서만 연구를 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한 부분이 아쉽다"며 "특히 통신 분야의 경우는 해당 기술이 신산업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도 가려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미래형 자동차, 지능 정보, 차세대 소프트웨어 및 보안 등 적용대상을 많이 담은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그것들이 적용되는 기업들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제율을 차등했는데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세액공제 효과를 더 살리기 위해 신기술 범위 확대와 공제율 통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산업 관련 전담부서를 만들어 해당 부서에 투입되는 연구개발비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인력운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중견, 중소기업에도 늘어나는 세제지원을 '그림의 떡'으로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요건이 너무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며 "연구만 전담해서 진행하는 부서를 운영하는 것은 대기업도 힘든 부분인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연구만 전담하는 인력을 운영하기가 더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새롭게 도입되는 세제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향콘텐츠 제작비용이 세액공제가 되면서 관광 등 타 산업에의 파급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에만 국한 되면서 공연과 같은 콘텐츠에는 (세금혜택이)와 닿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에 대해 알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며 "이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제작사 뿐만 아니라 투자사에 대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