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발표된 정부의 '2016년 세법개정안'의 핵심 테마 중 하나는 중소기업들의 '고용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크고 작은 세제지원책들이 담겼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동 중인 전체 사업체(개인+법인)의 99%인 354만2350개(2015년 기준)의 중소기업들이 전체 고용의 87.9%인 1402만7636명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최근 5년 동안 전 산업에서 256만4000명의 고용이 증가한 가운데 이중 88.8%(227만7000명)가 중소기업이 창출한 고용이다. 이에 반해 대기업 고용은 이 기간 중 28만8000명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 세법을 개정,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서비스업종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고용증대를 유도하기 위해 추가공제 한도액을 케이스별로 500만원씩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유흥주점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업종이 고용창출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미용실, 커피숍 등 그동안 사람을 채용해도 세금혜택을 받지 못했던 대부분의 서비스업들이 제조업 수준의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경우 마이스터고 등 졸업생은 2500만원, 청년근로자는 2000만원, 일반 근로자는 1500만원으로 각각 고용에 따른 세액공제 한도액이 올라가게 된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이후 최고치(10.3%)를 기록하고 있는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고용창출 효과를 맥시멈으로 뽑아내기 위해 풀어 줄 수 있는 '최대치'를 풀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허리띠를 풀 대로 풀어내며 고용창출을 이끌어 내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효약'이 될 가능성이 적다는 혹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금 감면이 기업에게는 고용을 크게 늘릴 '유인책'으로는 매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 취업을 선호하지 않는 청년세대들의 인식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고 싶어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한 온라인취업포털의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77.7%가 만성적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교수는 "고용에 대한 세제혜택은 청년실업 문제와 당장의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로 볼 수 있는데, 고용이 되면 나중에 세금(근로소득세 등)을 내게 되니 잠재적인 세원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제를 늘려준다고 해서 채용을 안 할 기업이 (고용을)하겠나. 고용계획이 있는 기업이나 고용 여부를 망설이는 기업에게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입장에선 영업이익이 우선이지 세제지원 때문에 고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워낙 (고용)상황이 좋지 않아 (세제지원책이)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라며 "정책효과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분석을 해도 된다. 시행 전부터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혜계층인 재계는 표면적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다만 세제혜택이 고용의 확대로 연계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조세전문가들의 주장에는 동의표를 던졌다.
중소기업중앙회 이원섭 정책총괄실장은 "(고용을 했을 경우)세부담이 적어지면 (고용)여건이 나아질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도 여건이 허락된다면 고용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고용은 참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가 몇 년 전부터 고용과 연계한 세제정책을 펴고 있는데 고용은 세제지원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 매출 등 여러 상황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부분과는 괴리가 크다고 본다. 사람 뽑기도 힘들 뿐더러 몇 년 있으면 그만두는 케이스들이 많다. 잘 가르쳐 놓은 직원이 퇴사했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까지 생각하면 고용에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세금혜택이 많다고 고용을 늘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정부가 왜 중소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고 싶다. 세금혜택을 늘려주는 것은 좋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정부가 세금혜택이 곧 고용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세제지원책을 '조자룡 헌 칼 쓰듯'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청년고용증대세제'는 정부가 자신한 정책효과(매년 기업 세제지원 1200억원, 3만5000명 고용확대)를 냈는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도입 논의 과정에서도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청년고용증대세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고용증대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경기 부진을 비롯해 과거 유사한 정책의 효과를 비추어볼 때 추가적인 청년고용 확대가 용이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고용증대특별세액공제가 운용됐던 1년(2004~2005년) 동안 경기침체 영향으로 임금근로자 취업자수 증가율은 오히려 낮아졌고, 고용증대세액공제가 운영된 기간(2010~2011년)에도 취업자수 증가율이 하락했다는 것이 당시 예정처가 제기한 논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