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 단독 김성우 판사는 31일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가 청구한 성년후견 심판 심리 결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해 한정후견을 개시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후견인이 대신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한정 후견인으로는 사단법인 선의 이태운 전 고법원장을 선임했다.
김 판사가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린 근거는 신 총괄회장의 진료 기록과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를 토대로 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신 총괄회장이 2010년과 2012년, 2013년 분당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 시 의료진에게 기억력 장애와 장소 등에 관해 인식 능력에 장애가 있음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지속적으로 치매 치료약을 복용한 사실이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 판사는 신 총괄회장이 법원의 심문기일이나 조사기일, 현장검증 등에서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부족하거나 상실된 것으로 보이는 진술을 여러 차례 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을 조사한 조사관 역시 신 총괄회장이 지남력이나 인지능력이 저하됐다고 소명한 점도 법원의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한편 김 판사는 한정 후견인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 등으로 자녀들이 아닌 법무법인 선을 택하게 됐다"며 "신 총괄회장의 복리를 위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후견 사무를 수행할 전문 후견법인"이라고 설명했다.
성년후견인제는 질병·장애·노령 등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해 법원이 의사를 대신 결정할 적절한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로 지난 2013년 도입됐다.
그 전에는 법원에서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를 선고하는 제도가 있었다.
성년후견인제는 정신건강의 정도에 따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 등으로 구분해 지정하도록 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