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집권여당이 청문회·추경안 '나몰라라'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바뀐 제20대 국회가 당초 기대를 모았던 '협치'와 멀어지는 형국이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20대 국회가 본격적인 의사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쟁만 거듭하고 있을 뿐 애초 국민과 약속했던 협치 정신은 얼룩지고 있다.
특히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형국에 맹렬히 반발, 소수야당의 배수진 전략이던 '보이콧'과 '퇴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집권여당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집권여당의 사상 초유 인사청문회 '보이콧' = 새누리당은 앞서 추경안 처리과정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가 누리과정 예산 증액 편성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것에 반발하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보이콧' 했다.
전날(31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전 내내 새누리당의 반발로 진행되지 못했고, 오후 들어 뒤늦게 시작됐지만 그마저도 새누리당은 불참해 '반쪽 청문회'가 됐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야당이 아닌 여당이 청문회를 불참한 것은 처음이다.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통해 비리의혹 논란이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사드 배치와 관련,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비판하자 새누리당은 이에 반발하며 개회사 도중 '집단퇴장'까지 감행했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이날 개회사 직후 예정된 정기국회 기념 국회의원 단체 사진촬영도 거부했다. 이어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의 사과 없이는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참하고 있다.
□ 정세균 의장 개회사 항의, 정기국회 '보이콧' =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정 의장을 향해 "의장이 야당 대변인이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의 납득할만한 사과조치가 없으면 우리 새누리당은 20대 정기국회 의사일정에도 임하지 않을 것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고, 의원들은 이에 박수로 동의했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 개원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협치'를 부르짖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무엇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주요 현안 고비마다 충돌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겠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의 무게가 집권여당에 쏠리고 있음에도 정부여당이 19대 국회와 전혀 달라진 것 없다는 점 역시 협치 정신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 4.13총선 민의, 박근혜 정부 '심판'…'협치' 핵심은 집권여당 = 지난 19대 국회가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거대여당은 '거수기'를 자임했고 야당은 끌려갔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 4.13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이 박근혜 정부 심판이었던 만큼 20대 국회는 정부여당의 양보와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협치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어 온 것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었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는 현재 집권을 하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명령이었다.
그 방법은 총선 승리를 한 야당의 입장을 타협을 통해 수용하는 자세이며 그것이 협치라는 정치의 실현이다.
당장 이날 추경안 처리와 대법관 임명동의안 등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추경 처리의 시급성을 연일 언급하며 야당을 압박하던 여당의 모습은 도통 찾을 수가 없는 형국이다.
□ 野 "추경 안할 것인가"…우상호 "5시까지 시한" = 새누리당의 보이콧과 퇴장에 대해 야당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개회사 도중 고성과 비난을 퍼붓고 정기국회 기념 사진촬영까지 거부한 새누리당을 향해 "협치를 모토로 한 제20대 국회의원들의 다짐을 무위로 돌렸다. 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어렵게 합의한 추경안을 비롯한 2015년도 결산안 심의 등 산적한 과제를 내팽개친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심스럽다"며 "어제 있었던 교문위 인사청문회 여당 불참사태까지 목도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이제 본격적으로 야당 연습 하냐'는 힐난마저 있는 마당"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추경안 처리를 빨리 하자고 한 것은 여당"이라며 "의장 개회사에 일을 그르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오후 5시까지 시한을 드리겠다. 무한정 집권여당의 몽니를 지켜볼 수 없다"며 "5시까지 본회의장으로 들어오면 협조해서 의안을 정상 처리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우 원내대표는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한다고 국회 일정 전체를 보이콧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태도인가. 쓴소리 듣기 싫어하는 것이 오만불통의 청와대와 집권여당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