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의 중장기조세정책 방향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우리사회가 '복지 축소냐, 증세냐'를 두고 두 갈래로 갈려있다. 복지 수준을 낮추더라도 세금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와 세금을 올리더라도 복지 수준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늘어나는 복지수요 등에 대응하려면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도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법인세와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세수 확충에는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지원 필요성이 크지 않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거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등의 세입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고수해 온 '증세불가론'을 거듭 못 박고 있다. 최근 대내외 경제 상황이 감안했을 때 증세가 되려 경제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인터뷰를 갖은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세입기반 확충과 관련해 "세율인상, 세목신설 등 인위적 증세는 지양하고, 세수가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중심을 두겠다"고 밝혔다.
특히 세수 확충 방안인 비과세·감면 제도의 정비에 대해선 필요한 곳에 세금이 쓰여 지도록 제도 관리를 엄격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최 실장은 "일몰이 도래한 조세지출은 심층평가 등을 통해 일몰종료 또는 재설계하고, 조세지출 신설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조세일보는 최 실장과 인터뷰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은 측면에서 정부의 세입확충 방안을 비롯해 중장기조세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대담 : 김진영 조세일보 정책팀장
정리 및 사진 : 강상엽, 김용진 기자
Q. 세제실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의 소회는 어땠는지.
A. 지난 7월11일 올해 세법개정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도중에 복귀해 2주 만에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이후 당정협의, 기자브리핑 등 일정을 맞추느라 처음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세제실 직원들의 도움으로 개정작업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정부 세법개정안 발표 후 야당의 세법개정안 발표가 이어지는 등 달라진 입법 환경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정부 세법개정안의 원활한 국회 통과와 국회 대응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Q. 야권에서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등 이른바 '부자증세'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국회에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A. 정부는 그간 공평과세 제고를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및 과표구간 조정, 대기업·고소득자 중심의 비과세·감면 정비, 주식 양도차익 과세대상 확대 등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강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다.
그러나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 기업들의 실효세율 증가, 국제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세율인상을 검토·추진하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가 투자·고용 등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추경 편성 등 총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증세 조치는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향후 국회에서 세법개정안 논의 시 이러한 점을 충분히 설명해 나가겠다.
Q.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될 때 마다 '과세형평성' 논란은 늘 존재해왔다. 올해는 소액(2000만원 이하) 임대수익을 올리는 집주인들의 소득에 대한 과세시기를 당초 내년에서 2년 더 유예한 방침을 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데.
A. 2000만원 이하의 소규모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제도의 적용기한을 2016년 말에서 2018년 말로 2년간 연장하는 안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은 것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고 임대차시장의 불안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어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하게 되면 세부담이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져 세입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대부분의 임대주택을 개인이 공급하는 상황에서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로 임대 수익률이 저하될 경우 임대주택 공급이 축소될 수 있어 임대료 상승 등 임대차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아울러 건강보험료와 관련해 은퇴자와 주부 등의 피부양자 자격유지와 관련된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도 있으므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연계해 검토할 필요도 있다.
Q.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측면에서 세입기반을 늘린다고 강조한 부분을 사실상 '증세'로 인식하는 시각이 많은데.
A. 현 정부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정책 기조와 성장동력 확충, 과세형평성 제고, 세입기반 강화라는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의 틀 내에서 조세정책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재정확충에 있어서도 세율인상, 세목신설 등 인위적 증세는 지양하고, 경제활성화에 따라 세수가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중심을 두면서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기반 확충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국세수입 증가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세입기반 확충과 함께 법인영업실적 개선, 민간소비증가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제활동 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신고세수가 증가한데 주로 기인한다.
Q. 조세정책을 손질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비과세·감면 제도의 정비다. 일몰 규정이 없는 조세지출액만 수 십 조원에 달하고 있는데, 정비 작업이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데.
A. 그동안 정부는 최저한세율 인상, R&D·투자 세액공제 축소 등 대기업·고소득자 위주로 비과세·감면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왔다. 그 결과 국세감면율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부터는 13%대로 축소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경우 법인세 비과세·감면에 따른 조세지출액이 2013년 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6000억원으로 대폭 축소되기도 했다.
앞으로 일몰기한이 도래한 조세지출은 소관부처의 성과평가, 전문연구기관의 심층평가 등을 토대로 일몰종료 또는 재설계하고, 조세지출 신설은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서민 지원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조세지출을 엄격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