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한은 독립성 침해"
조선·해운업 부실기업 사태와 관련 정부가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사실상 차단되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21일 타 기관에 대한 한국은행의 출자를 금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이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함께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개정안에 대한 설명과 발의배경을 밝혔다.
박 의원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이 효율적인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국책은행의 투명 경영 및 한국은행의 독립성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특정 기업의 지급불능 위기와 관련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나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은 원칙적으로 정부가 재정으로 해결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정부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국회의 통제와 진상 규명을 회피하려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법안 발의배경을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다른 법률에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한국은행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 다른 기관에 출자하거나, 출자와 관련된 자금을 여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제103조 제2항 신설) 다만 천재지변이나 국가적 금융위기 등 한은의 출자가 요구되는 긴박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 국회가 관련 내용과 절차를 합리적으로 규정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과 관련, 정부는 한국은행법 제64조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업은행에 대한 단순 여신행위라고 강변했지만 실상은 출자와 관련된 자금지원의 방식과 조건 등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는 한은법의 공백을 이용해 자본확충에 변칙적으로 동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자본확충펀드가 한국은행법 제1조 제2항에 명시되어 있는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는 금융안정에 유의'하라는 구절에 해당한다고 강조하지만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는 통화신용정책과 무관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민간과의 거래제한이나 한은의 영리행위 금지 등(한은법 제79조, 제103조)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에 정권과 정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은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부실기업 출자에 변칙적으로 동원하는 상황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현실적인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며 "조속히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근거 마련 및 금융안정을 위해 집행된 자금의 사후 관리와 관련한 제도적인 보완 등 관련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이런 제도적 보완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한국은행이 다른 기관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거나 자본확충 목적으로 여신하는 것을 금지하여 한국은행의 발권력이 불투명하고 변칙적인 부실 지원을 위해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