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8년 1월 1일부터는 이민을 떠나는 국민은 갖고 있는 국내주식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면 이를 전부 양도한 것으로 보아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국외전출세라고 이름 지었지만 일반적으로 출국세(Exit Tax)라고 부른다.
국제공항에서 승객으로부터 징수하는 공항이용료도 출국세라 부르기도 하지만 성질이 전혀 다르다. 2016년 정부 세법개정안에 이러한 세금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역외 조세회피 방지 및 국내재산에 대한 과세권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출국세는 이미 미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이 도입하고 있는 세제이다. 출국세는 최근 교통, 정보통신의 발달 및 경제활동 영역의 확대로 글로벌 마켓이 만들어지게 됨에 따라 개인의 지역적 이동성이 증가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3년간 한국 국적 포기자의 규모는 국적 취득자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세법도 내국인이라고 하더라도 거주자냐 비거주자냐에 따라 세법의 적용이 달라지기는 한다. 그러나 출국세는 아예 국적을 버릴때 부과되는 것이다.
조세부담이 낮은 국가로 국적을 옮기는 사례는 이미 세율이 높은 프랑스에서 조세망명이라 하여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요즈음 출국세를 새로 도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출국세는 종전 소속국에서 생긴 실현되지 않은 자본이득에 대하여 과세를 미리 허용하는 것이다.
그 입법적 타당성과 관련하여 거주지를 이전하려는 납세자의 재산권,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헌법적 문제도 제기된다. 과연 문제가 없는 세제일까? 자국의 과세권 확보와 조세회피에 대한 대응수단이라는 점에서 과세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대세이다.
OECD의 세원잠식과 소득이전방지를 위한 프로젝트(BEPS) 중 조세조약 남용방지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출국세 부과가 조세조약에 위배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과세대상의 범위, 자산의 실제 처분 시 발생하는 자본이득세와의 이중과세 조정, 출국세의 납부유예 및 이연 등의 보완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납세자의 권리침해 여지는 남는다.
새로 도입되는 출국세는 우선 국내주식 중 대주주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정하되, 외국납부세액공제 및 추후 주식양도 시 국외전출시보다 가격이 하락한 경우 세액공제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아울러 그 대상을 대주주 주식에서 다른 자본이득까지 넓힐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출국세를 도입한 국가를 보면 대개 잘 살면서 세율이 높은 나라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출국세를 신설한다하여 그 도입에 굳이 얼굴을 찡그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출국세 도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국적포기자가 늘었다지만 조세회피를 위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오히려 미국에 있는 교민이 영구 귀국하려 하여도 미국의 출국세가 걸림돌이 되어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면 출국세와는 거꾸로 들어오는 대가인 입국세는 없을까? 입국세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각국은 돈이 없는 타국인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종의 입국세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라고 할까? 글로벌 경제시대에 자국의 세원지키기는 국제공조로 더욱 강화되고 조세피난처로 지목되던 국가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앞으로 출국세를 도입하는 국가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조세회피에 용이한 국가를 찾는 납세자의 시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그 소유본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