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대우조선에 2013년 감사보수 4억7000만원 받고 고작 8명 투입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 용역을 수주할 때 경쟁 회계법인들에 비해 보수를 45% 가량 낮게 책정한 것이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대규모로 키우는데 한몫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안진이 이처럼 대우조선의 외부감사 용역을 수주한 것이 저가덤핑에 다를 바 없으며 대우조선 분식회계 스캔들의 원흉이 됐다는 것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외부감사 용역 특성상 저가로 수주하면 그만큼 감사 투입시간이나 투입인원 등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감사 정확도나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표=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3 회계연도 당시 안진이 대우조선으로부터 외부감사 보수로 4억7000만원을 받았다. 반면 같은시기 삼일은 삼성중공업 외부감사 보수로 8억5200만원, 삼정은 현대중공업 외부감사 보수로 7억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안진이 다른 조선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안진이 대우조선으로부터 외부감사 일감을 따내기 위해 다소 무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우조선과 같은 선박 제조회사 외부감사 시에는 그 회사 매출의 기준이 되는 '선박제조공정율'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하므로 해당분야 전문가를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가 채용에만 대략 2억원 정도 투입되는 걸로 아는데 안진 입장에선 비용이 부족했을 것"이라며 "대우조선의 부실이 불어난 데는 자의든 타의든 이를 사전에 잡아내지 못한 안진의 책임이 분명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당시 대우조선으로부터 받은 감사보수는 4억5000만원 내외였으며 투입인원은 총 8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원래대로였다면 감사보수로 20억원은 받았어야 했다"고 덤핑수주 사실을 일부 자인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입시간과 투입인원이 문제였다기보다 대우조선이 외부감사를 받을 때 내놓은 자료가 그 당시 실제 경영상황을 온전히 반영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며 "이후 대우조선 측에 2013 회계연도와 2014 회계연도에 대한 재무제표의 정정을 담당 감사인으로서 당당히 요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분식회계 혐의에 초점을 맞춰 대우조선 수사를 진행할 시기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분식회계와 기업비리를 연계해 외부 회계법인과의 유착 의혹 규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대우조선 외부감사 당시의 안진에 대한 역할 파악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안진이 회계감사를 제대로 한 것인지 또 회계부정 정황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인지 등을 집중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6월 대우조선과 산업은행, 안진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대우조선의 자기자본 분식 수준은 2012년 7211억원, 2013년 1조9907억원, 2014년 2조9941억원에 이르러 합산하면 그 규모는 5조70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한편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지난 8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알 수 있듯 분식회계는 산업구조조정의 적기를 포착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작용도 크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제대로 갖춰진 회계정보가 나와 있었다면 이미 수년 전에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뤄져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악영향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