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은 일본의 채용전문 기업 리크루트에 다니던 시절, 구인광고의 제작을 도맡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김 부장 밑에는 아르바이트생 네 명뿐이었는데 모두 여성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해도 원고 제작 업무를 담당했으므로 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주요 작업과 진행 관리는 김 부장이 하는 수밖에 없었다.
매주 100건에 가까운 구인 의뢰가 접수되고 영업팀과의 스케줄 확인, 취재, 원고 교정, 마감 관리 등의 업무가 계속 반복되었다.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업무의 연속이었고 무엇보다 절대시간이 부족했다. 김 부장은 사원이 한 사람 보충될 때까지 참으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이런저런 갖가지 작업을 혼자서 떠안았다.
물론 아르바이트생들이 보조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업무는 김 부장 혼자 했다. 도저히 짬이 나지 않았으므로 새로운 업무를 기획하고 싶어도 항상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인원이 보충될 기미가 전혀 없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던 어느 날, 김 부장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좋아. 반년 동안 지금의 배로 일할 각오로 이 사람들이 모두 본격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내 일을 나누어 철저히 가르치자. 그러고 나면 좀 더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겠지.”
결국 이렇게 결심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회인이 되어 확실하고 진지하게 다른 사람을 교육하려든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결심한 동기가 완전히 내 형편 탓으로 불순했지만, 그래서 더 친절하고 자상하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녀들도 열심히 따라와준 덕분에 반년으로 생각했던 교육 기간이 확 줄어들어 거의 두 달 남짓한 시점에서 대다수가 일을 맡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진행 관리도 고민하여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일의 진척 상황을 시각화해 게시판에 붙여두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어 훌륭하게 업무 효율화를 이뤄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참 훌륭한 존재구나, 교육을 하니 이렇게 성장하는구나' 하며 감동했던 일화가 있다. 그 후로도 좀 더 가르쳐서 일을 더 맡겼다. 상사가 즐기면서 한 덕분인지 배우는 쪽도 척척 흡수해주었다. 그때부터 김 부장은 사람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일에 열중하게 되었다.
중간 관리자들이 쉽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업무 파악을 못해서 일을 나눠줄 수가 없어요”라는 말을 종종 한다. 정말 그럴까? 과연 그런 업무가 존재할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일을 나눠줄 수 없도록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본인이 일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과도한 업무량에 치여 바빠 죽을 지경이라고 불평하는 사람을 이제까지 굉장히 많이 보아왔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자꾸 자신의 업무를 부하 직원에게 나눠주자. 그리고 상사로서 해야 할 업무를 하자. 현장의 업무에서는 재빨리 손을 떼고 부하 직원의 성장을 즐기자. 그러지 않으면 상사가 된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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