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에서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장 전경.
파행을 거듭했던 기획재정위 국정감사가 이번 주부터 정상화된 가운데, 7일 오전 10시 국회에선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국감 초반 질의시간(7분)을 지켜달라는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의 요청에 몇몇 야당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다소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으나, 이내 의원들은 평정심을 되찾고 국세청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특히 국세청 국감을 앞두고 현 시점 최대의 정치적 쟁점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주제들이 집중적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세행정의 난맥상을 지적하는 정책적 측면의 질의들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과세 예외사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불가피한 사유의 예외가 있는데 규정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사 지분율 요건을 하향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다"며 상장회사는 30%, 비상장회사는 20% 정도인데 구분없이 20%로 해서 편법적인 이탈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하면 일정 부분 납세자와 타협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국세청의 소위 '협의과세'에 대한 우려심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그런 식으로 세금을 징수하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세수를 확보하는 게 경제에 효율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복 소송이 늘고 있는 부분과 국세청 출신 인사가 로펌에 근무하며 국세청과 맞서고 있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차명으로 땅을 보유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땅에 대한 부분을 국세청에선 발견하지 못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임환수 국세청장은 "검찰 수사 중인 상황이니, 차명여부는 수사결과가 나오면 법과 원칙에 따라 과세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 의원이 신격호 롯데그룹 촐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의 딸 신유미씨가 보유한 자산에 대한 과세문제를 지적하자, 임 국세청장은 "일본 거주자라면 국내에서 압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국세청이 신용카드 마일리지 포인트에 부가세를 부과했다가 최근 롯데쇼핑에 패소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부가세 환급 결정이 나면 환급액은 소송 청구권자인 롯데가 아니라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국세청이 대법원 소송에서 롯데에게 졌는데 마일리지 유통형태를 갖고 있는 비슷한 기업들의 줄소송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은 지방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수도권 기업보다 빈번하다며" 서울 기업과 지방 기업의 비정기 세무조사 액수 기준을 동일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임 국세청장은 "기업들의 수도권 이전이 오직 조세목적만은 아니지만 그러한 이유 때문에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 장기 소재하는 기업에 대해 국세청에서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2014년 세무조사 후 7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할 당시 조세범칙조사위원회에서 롯데그룹의 탈세가 고의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할 수 없었다며 국세청이 봐주기식 세무조사를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롯데에 면죄부를 준 것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요구했는데 국세청에서 '000'만 나온 비공개 자료를 줬다"며 "이걸 보고 뭘하라는 것인지, 왜 명단을 공개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국세청장은 이에 "롯데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조사 결과의 차이는 조사대상, 연도, 범위, 방법에 따라서 차이나는 것"이라며 "국세청이 봐주기식 세무조사를 한 건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심의위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19대 국회 때 법정기구로 지정 했다"며 "투명성 높이기 위한 여러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앞으로 개선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