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대기업, '소액주주 참여 막기 위해' 전자투표 도입 안 해
섀도우보팅 유예로 기업 참여 일부 늘었지만 행사율은 미미
더불어민주당, '전자투표 단계적 의무화' 위한 법안 발의
금융당국과 예탁결제원이 소액주주의 권리를 위해 도입한 전자투표제도와 전자위임장 제도가 표류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구갑)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말 기준 전자투표 서비스사와 계약한 상장사는 코스피 260곳, 코스닥 502곳 등 총 762개사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상장사 1949곳의 39.1%에 해당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사는 코스피 161곳, 코스닥 343곳을 합쳐 총 504곳(25.9%)에 불과했다.
박찬대 의원에 따르면 전자위임장 이용사는 코스피 221곳, 코스닥 494곳 등 715곳으로 약 36.7%에 달했지만 이용률은 총 495개사(코스피 156곳, 코스닥 339곳)만 이용해 이용률은 25.4%로 저조했다.
전자투표제도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한 제도다.
주주총회가 매년 3월 특정요일에 열리고 주주총회 장소가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돼 있어 주주들의 참여가 제약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도입이 추진됐고 10년 만인 지난 2010년 본격적으로 시행 준비에 들어갔다.
전자위임장 제도는 위임장을 공인전자서명과 홈페이지등을 통해 직접 대면 없이 수여하는 제도로 주주총회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박 의원은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의 연간 행사율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을 행사한 비율이 행사주식 수 기준, 전자투표는 평균 1.49%, 전자위임장은 0.14%에 불과했다.
특히 행사율이 0인 사례도 존재했다. 결국 주주들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전자투표, 전자위임장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전자투표제도가 의무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용률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상법 제368조의4'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전자투표는 기업의 자율에 따라 가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 권리 행사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이 가입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현재 전자투표에 가입한 기업들도 2017년 말까지 섀도우보팅제도가 유예됨에 따라 이를 이용하기 위해 가입한 경우가 많다"며 "새도우보팅(Shadow voting)제도가 폐지될 경우 전자투표 활용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섀도보팅은 주주총회 정족수 제한을 없앤 제도로 2015년 1월 폐지될 예정이지만 2017년 말까지 유예됐다. 업계에서 "섀도우보팅 폐지로 기업의 주주총회가 무산될 수도 있다"며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기업에는 섀도보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박찬대 국회의원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추진된 전자투표제도가 기업들로부터 외면 받고 이용당하고 있다"며 "전자투표 단계적 의무화로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올해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