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이 조세범칙행위에 대하여 고발한 후에 동일한 조세범칙행위에 대하여 이루어진 통고처분은 효력이 없고, 설령 조세범칙자가 통고처분을 이행하였어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세포탈 혐의가 있는 경우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여 조사를 마친 후 조세범칙처분을 한다. 조세범칙처분에는 조세범칙행위의 확증을 얻었을 때 하는 '통고처분'과 '고발', 조세범칙행위의 확증을 갖지 못하였을 때 하는 '무혐의처분'이 있다.
이 중 통고처분은 조세범칙행위의 확증은 있으나 고발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다. 정식 형사절차 이전에 과세관청이 조세범칙자에게 벌금의 부과를 통고하는 것이다.
조세범칙자가 벌금을 납부하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동일 사건에 대하여 다시 조세범칙조사를 받지 않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다. 반대로 통고처분을 이행하지 않거나, 통고처분 없이 바로 고발된 조세범칙자는 검사의 수사와 기소 및 법원의 재판 등 형사절차를 거친다.
이 사건에서 세무서장은 조세범칙행위를 이유로 납세자를 고발한 다음 이례적으로 다시 동일한 조세범칙행위에 대하여 통고처분을 했다. 검사는 이미 이루어진 고발에 따라 수사를 하고 납세자를 기소하였는데, 납세자는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고발 이후 이루어진 통고처분에 따라 벌금 통고액을 납부했다.
이에 대하여 고등법원은 고발 후 이루어진 통고처분은 위법하지만 무효는 아니므로, 이를 이행한 납세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다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납세자가 기왕 이루어진 통고처분에 따라 벌금을 납부한 후에도 다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와 달리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이 조세범칙행위에 대하여 고발한 후 동일한 조세범칙행위에 대하여 통고처분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조세범칙자가 무효인 통고처분을 이행했다고 해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이 조세범칙사건에 대하여 통고처분 없이 고발하면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에 의한 조세범칙사건의 조사 및 처분 절차는 원칙적으로 모두 종료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더 이상 통고처분을 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행정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오랜 입장이다. (대법원1976. 2. 24.선고 76누1 판결)
과세관청이 조세범칙자를 고발한 후 통고처분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한 법 규정은 없다. 다만, 형사소송법상 고소와 마찬가지로 조세범칙자에 대한 고발도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대법원1957. 3. 29.선고 57도58 판결)
그렇다면 과세관청의 고발로 형사사건 절차로 이행된 이후에도 과세관청은 여전히 고발을 취소할 권한은 있다는 것인데, 통고처분을 할 권한은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대법원은 과세관청의 고발 이후 이루어진 형사절차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일단 과세관청이 검찰에 고발했으면 그것으로 과세관청에 의한 조세범칙 절차는 종료된 것으로 보았다. 대신 조세범칙행위자는 무효인 통고처분에 따라 납부한 벌금상당액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판례는 조세범칙조사 절차에서 이루어지는 과세관청의 고발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더불어 과세관청이 기왕 이루어진 고발을 취소할 수 있는지, 고발을 취소한 후 통고처분을 하였으나 납세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재고발이 가능한지 등 조세범칙절차와 관련된 여러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2016. 9. 28.선고 2014도10748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