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헤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국정농단을 자행한 최순실씨.
"끝까지 안 내려놓을 것"…국민과 갈등 장기화 불가피
야3당이 9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국무총리 제안을 공식 거부하면서 박 대통령을 향한 '퇴진' 목소리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야3당이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거부한 이유는 박 대통령이 '2선 후퇴', '권력 이양'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이 이미 명시된 총리의 '내각 통할'만을 강조하는 것이 결국 대통령이 권력 의지를 놓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야3당은 나아가 오는 12일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국민 집회에 적극 참여해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권력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인한 국정 공백과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 국회 추천 총리 수용했지만 '2선 후퇴'는 외면…野 공식 거부 =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야권이 주장한 국회 추천 총리를 전날(7일) 수용하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2선 후퇴'나 총리로의 권력 이양 등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야당은 영수회담 선결조건으로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지명철회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대통령의 2선 후퇴 ▲별도 특검 수용 ▲대통령 탈당 등을 요구했다.
이 중 박 대통령이 수용한 것은 국회 추천 총리 수용밖에 없다. 그것도 김 내정자에 대한 지명철회는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특검 수용을 시사했지만 이 역시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의 특별법에 의한 특검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청와대는 야권의 선결조건 중 핵심인 2선 후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전히 '야당과의 협치'를 내세우고 있다. 결국 국정주도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헌정이 중단 됐느냐"며 "나라는 굴러가야 한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하지 말라는 건가"라고 대통령의 권력행사를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사진 청와대)
□ 총리 권한 보장해도 "대통령과 합의" "협치" 강조 = 또 야권이 명확히 요구한 바 있는 국회 추천 총리 권한에 대한 보장에 대해서도 동어반복만 했다. 헌법 86조에 명시된 '총리의 내각 통할'을 거듭 밝히면서도 내각 구성이든 국정 현안에 대한 이견 충돌이든 국정에 대통령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총리가 장관 임명할 때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겠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큰 흐름에서 훌륭한 분이라면 거부할 수 있겠나"라고 말하면서도 "(대통령과) 같이 협의를 해서 (장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야권은 총리와 대통령의 의견이 안 맞으면 총리 뜻을 따를 것을 요구한다'는 지적에 "훌륭한 분이 오셔야 한다. 대통령과 협의해서..."라며 "국회 추천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대통령과의 협의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국에서는 대통령이 국회, 특히 야당과 내려놓고 협치하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권력의지를 드러냈다.
□ 국정농단 사태 대통령이 '몸통'…하야, 구속수사 목소리↑ = 문제는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파문에 박 대통령이 '피해자'가 아닌 점점 '몸통'이라는 정황과 사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연설문 사전 유출 지시 ▲대포폰을 통한 최순실씨와 통화 ▲미르 K스포츠 재단 모금을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직접 지시한 증언 ▲재벌총수 7명과의 독대 등 박 대통령에 대한 의혹 역시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자신과 함께 18년 동안 정치인생을 함께 걸었던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 비서관도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고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는 등 자신의 턱밑까지 수사 칼끝이 다가오고 있다.
나아가 최순실 모녀가 다닌 강남 한 성형외과 의원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와 의료기기 회사가 박 대통령 순방 행사에 동행한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공적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국정농단을 한 중심에 박 대통령이 서 있어 국민적 '하야' 목소리는 커져가고 있다. 구속수사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권력을 쥐고 있겠다는 것은 지나친 '권력욕'이거나 여전히 '피해자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 "배신당했다고만 생각…끝까지 놓지 않을 것" = 한 여권 관계자는 "담화문에도 나와 있지만 재단은 '선의'였고, 이리 될 줄 몰랐다는 게 핵심 아니냐"며 "여전히 자기는 믿었는데 배신당했다고만 생각하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기서 내려오면 다 끝이라는 생각이 강하지 않겠나. 아직은 검찰도 손에 있으니 수사를 최대한 피해가 없게 마무리하고 임기를 마치는 게 목표일 것"이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시민사회인사와의 만남에서 "많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퇴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의 요구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것은 아주 길고 긴, 어려운 투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의 행태를 보면 국민이 요구하는 하야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고 차선책으로 주장하는 거국중립내각 방안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며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그런 고민 속에 있다"고 털어놨다.
◆…야3당 대표들이 9일 회동을 통해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야3당은 오는 12일 대국민 집회에 적극 참여해 당력을 집중할 뜻을 함께 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사진 정의당)
□ 文 "긴 투쟁 될 것"…야3당 12일 대국민 집회 총집결 = 야3당은 당장 오는 12일 민중총궐기 대국민 집회에 적극 참여하며 당력을 쏟을 예정이다. 12일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2선 후퇴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야3당 대표 회동에서 "국민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2선 후퇴도, 퇴진도 안 하고 그냥 눈 감아 달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위치 설정이 확실하게 나와야 하고, 후임 총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가를 설정해야 한다"며 "만약 대통령이 국민의 분노에 답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민심과 함께 오는 12일 (민중총궐기에서) 촛불을 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2선 후퇴는 하야일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야3당은 오는 12일 대국민 집회 이후 다시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12일 집회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목소리에 따라 야권의 행동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