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금융권 가계부채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한국 경제 상황을 살얼음판을 밟은 것 같은 위기 (如履薄氷=여리박빙)로 진단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런 위기의 핵심요인으로 불리는 '가계빚 급증'의 처방전으로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를 제시했다.
논어 위령공편에서 출처하는 이 말은 “멀리 내다보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 내 어려운 일이 닥친다”는 뜻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금융권 가계대출 동향 및 정책방향' 간담회에서 이를 언급하며 가계부채 관리와 대응의 핵심으로 꼽았다.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정부의 모든 역량을 모아 끈질기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계부채 관리는 단순히 부채관리 뿐 아니라 주택, 건설 등 부동산 시장, 서민경제 등에 직결되는 만큼 비눗물이 묻어 있는 접시를 다루듯이 섬세하면서도 세심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임 위원장은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속도는 2013～2015년간 연 평균 8.2% 중가속도를 유지해오다 올들어 13%대 증가로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제2금융권 가운데 상호금융권이 무려 13.6%의 증가를 보여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제2금융권의 경우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특성상 대내외 불안상황에 대비해 발 빠르게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에 따라 지난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이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31일, 상호금융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 (LTV) 산정기준을 강화했다.
이 때 비주담대 LTV 총한도를 80%→70%, 기본비율 최저한도는 50%→40%로, 가산비율 한도의 경우 10% → 5%로 낮췄다. 이를 통해 연간 비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전년 9조원)의 22% (2조원) 수준의 감축을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상호금융권 실정에 맞는 '맞춤형 여신심사가이드라인'도 조속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소득확인을 면밀히 하는 한편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분할상환 정착이 핵심으로 지목된다.
소득확인은 농ㆍ어민 등 상호금융을 주로 이용하는 차주의 특성에 맞도록 방식을 보다 정교화키로 했다. 분할상환의 경우 통상적으로 만기가 짧은 상호금융 대출의 특성에 맞게 부분분할상환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총체적 상환능력심사 (DSR)도 연내 이뤄지도록 준비키로 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회의에서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되는 상호금융 조합, 새마을금고 등에 대한 현장 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연말까지 금년 가계대출이 급증한 상호금융조합, 새마을금고를 대상으로 리스크관리 실태를 특별 점검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같은 가계대출 취급 과정에서 대출심사 등이 적정했는지가 점검의 골자로 언급됐다.
임 위원장은 “제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업권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 중앙회를 중심으로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