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정의당 반발…더민주도 의견 분분, 긴급의총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이 오는 15일 전격 결정되면서 박 대통령 퇴진 논의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야를 외치는 '100만 촛불민심'을 추 대표가 어떤 방안으로 전달하고 박 대통령이 수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추 대표가 야3당의 공조를 깨면서까지 14일 단독회담을 제안한 것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야당 공조를 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과 국정주도권을 잡기 위한 지적과 함께 최후통첩을 위한 '명분 쌓기' 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앞서 야3당 공조에 합의했던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추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더민주 내에서도 추 대표의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 국민의당-정의당, 반발 "저의 의심…취소하라"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더민주 추 대표의 박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제안한 추 대표나 받아들인 박 대통령이나 똑같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추 대표 진의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과연 촛불 민심을, 국민의 염원을 알고 있는지 우리는 의아했다"며 "청와대가 이것을 덜컥 받은 것은 아직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호도해서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해보는 술책"이라고 박 대통령과 추 대표를 모두 비난했다.
그는 "추 대표가 해명할 일이고 취소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권 균열을 계산하고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 달라, 또 그리고 어제 청와대에서 비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의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한 일련의 흐름을 볼 때 역시 야권은 균열된다"며 "그러면 대통령의 임기는 살려갈 수 있다는 덫에 우리가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의 직후 '박 대통령이 추 대표의 제안을 수용한 게 야권분열을 염두에 둔 수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는데 (추 대표가) 갖다가 밥 넣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청와대의 바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도 거듭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유감을 나타내며 "국민들은 민주당에 수습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야권 균열 우려만 키우는 단독 회담에 반대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은 대통령 임기를 보장하는 어떤 수습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면서 "지금 민주당 수습책이 국민 뜻에 부합하는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靑, 野개별 회동으로 '시간벌기' 가능 = 청와대는 추 대표와의 단독회담뿐 아니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도 회동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과의 영수회담을 줄곧 요구해왔던 청와대로서는 야3당 공조에 따른 회담보다 개별적으로 야당과 만나는 게 덜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입장에서는 변화된 모습으로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걸 강조하지 않았느냐"면서 "야3당이 함께 공조된 체제로 해서 만나는 거보다 각각 만나면 이야기도 분산된다. 또 검찰수사도 앞두고 있으니 시간을 벌 수 있다. 청와대 입장으로서는 나쁠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원순 "명백한 오판" 더민주 의견 분분, 긴급 의총 = 때문에 당내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명백한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영수회담 제안은 뜬금없다"며 "회담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인데 백만 촛불집회에서 온 국민의 명확한 입장은 대통령의 즉각 사임이다. 야권분열로도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성사된다면 '즉각 사퇴' 요구 통고 외에는 일체의 협상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한 당직자 역시 "당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의원들도 회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의원들도 '하야'밖에 없다는 입장은 분명하기 때문에 의총을 통해 모아진 의견을 추 대표가 잘 전달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야3당 공조를 약속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민주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사진 정의당)
□ 최후통첩 '지렛대'…朴대통령 퇴진 수용안하면 '하야투쟁' 명분 =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하야투쟁이라는 최후통첩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수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퇴진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하야 투쟁으로 갈 수 있는 '명분'이 된다는 이야기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해야 한다"며 "이제 '질서 있는 퇴진'밖에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시기를 못 박아 통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박 대통령은 '내가 미우면 탄핵을 해라'라고 버틸 것이고 최후통첩을 거부하면 그 때 본격적으로 하야 투쟁을 해야 한다"며 "당내에도 '퇴진'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추 대표가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선 특검과 국조 일정 합의하고 거국내각이든, 과도내각이든 야권의 통일된 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야3당이 질서하는 하야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영수회담 제안에 비판이 일자, 자신의 트위터에 "100만 촛불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께 전하겠다. 그 동안 당내 많은 의원뿐만 아니라 중진연석회의에서도 회담의 필요성을 말씀해 주셔서 추진했다"며 "민심보다 권력이 앞설 수는 없다. 오직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