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려던 검찰의 요구가 청와대의 실질적인 거부 의사로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이 요구했던 16일 조사가 불가능하며, 사건 검토와 변론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조사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조사 연기 요청을 한 것에 대해 늦어도 18일까지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6일 "어제(15일) 변호인 발언으로 봐서는 내일(17일)도 쉽지가 않을 것 같다"면서 "저희가 그야말로 마지노선을 넘었다. 그 선까지 넘어 양보하면 금요일(18일)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검찰은 최순실씨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기 위해 기소 만기일인 20일을 앞두고 가능한 16일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 변호사가 이러한 검찰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함에 따라 최 씨의 기소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검찰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 씨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모두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추진했다고 진술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최순실씨에 대해 기소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최 씨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려면 박 대통령과의 공모 사실이 밝혀져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18일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최 씨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기소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와 함께 상당한 규모의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 최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발의된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 자칫 검찰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처럼 수사를 거부하거나 검찰에 협조하지 않으면 검찰은 박 대통령을 형사소송법상 지위를 피의자로 하고 더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측의 수사 연기 요청에 대해 "정말 제 정신인가 묻고 싶다. 스스로 약속했던 바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것이 진상규명의 첫걸음"이라며 "그 약속조차 뒤집는다면 촛불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검에 의한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16일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변호사를 통해 수사 일정을 늦추고 의혹을 부인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압박 속에 18일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입장을 청와대가 수용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