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퇴진없다" 버티기…野 '플랜B' 없나

과도내각 - 특검 재논의, 야3당 공조 '절실'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조사를 연기 요청 하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 국면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퇴진이나 하야는 없다고 거듭 밝힌 데 이어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검찰조사 연기 요청을 한 것들 두고 청와대가 특검 직행과 '탄핵'을 시나리오로 두고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차 대국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라고 밝혔던 박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막무가내 버티기'로 방향전환을 한 것이다.

□ 檢조사 받겠다더니 '버티기' 돌변 = 검찰이 최순실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적시할 경우 바로 국회가 탄핵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현 상태에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청와대는 특검에 대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특검이 최장 120일, 4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특검을 할 경우, 내년 3월 말쯤 결과가 나온다. 그때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헌재 심판 기간(6개월)까지 고려하면 내년 9월 말쯤에나 박 대통령의 거취가 결정된다.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선 시간을 끌면 반격 카드가 생겨 여론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적시되지 않을 경우, 특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여론이 수그러들 수 있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야당이 '질서 있는 퇴진' 계획에 난항이 예상된다. 야권은 즉각 탄핵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탄핵을 추진할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홀'처럼 모든 현안이 빨려 들어가고 무엇보다 제대로 된 수사도 어려울 수 있다.

□ 野 '탄핵'보다 '하야', 퇴진운동-국조·특검으로 동시 압박 =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을 위해 새누리당 의원 29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장담하기 어렵다. 비박계가 탄핵에 가담해 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이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과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당장 탄핵을 할 경우,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는데 이미 문자로 해임 통보를 받은 총리가 어떻게 대행을 하겠나. 또한 황 총리에 대한 비난 여론도 크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돌입하면서도 특검 재논의 등으로 압박하고 나설 태세다. 연일 터져 나오는 의혹들에도 막무가내 버티기로 들어간 박 대통령에 대해 퇴진과 수사를 더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더민주는 박근혜 퇴진 국민주권 운동본부 현판식을 진행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제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시도당이 중심이 되어 박 대통령의 퇴진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사상 초유의, 대통령이 직접 헌정질서를 파괴한 사건에 대해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헌법상 권한을 회수하기 위한 국민주권 확립운동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며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기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퇴진운동의 전 국민적 확산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특검 재논의 해야…野3당 공조 절실" = 문제는 퇴진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여나가도 박 대통령이 '요지부동'으로 버티면 퇴진 선언 후 단계인 여야 합의 내각 구성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야당은 특검을 통한 철저한 수사로 박 대통령의 혐의를 드러내겠다는 의지다.

이에 더민주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끝까지 버틸 것이다. 이 국면은 장기화"라며 "전국적으로 퇴진운동을 벌이면서도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최대한 박 대통령이 '몸통'임을 드러내야 한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을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퇴진운동을 야당 주요 정치인들이 함께 벌이면서 하야선언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검도 함께 하면서, 어느 때보다 야3당의 공조가 절실하다"며 "특검을 해도 시간이 걸리니 이번 겨울은 나야할 것이고, 끝까지 야당이 국민 뜻을 받들어 하야선언을 하도록 하면 과도내각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더 있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 내용이 미흡하다는 부분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는 검찰조사는 건너뛰고 특검으로 직행하려는 바람을 드러냈다"며 "이는 시간을 벌어 국회의 탄핵 추진을 늦추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하며 야3당의 공조를 통한 특검 재논의를 촉구했다.

더민주 내에서도 '특검 재논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지금 특검 기간, 수사 인력 등이 너무 부족하다. 아직도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 전대미문에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려면 재논의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야3당 대표들은 오는 17일 국회에서 회동을 열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한다. 야3당 모두 '박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이날 회동에서는 구체적인 퇴진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합의한 특검도 '몽니'부리는 與, 野 직권상정할까? = 하지만 새누리당은 합의된 특검법안 마저 좌초시킬 태세다. 법사위위원회 지휘봉을 잡고 있는 권성동 위원장이 "특검 법안이 중립성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반대해 17일 특검법 처리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야당은 이날 최대한 법사위 여당 의원들을 설득할 계획이지만 거듭 반대할 경우, 17일 본회의 직권상정을 시도할 수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법사위 여당 의원들의 반대를 지적하며 "만약 이것이 기정사실화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응수위를 더욱 높여 나가겠다. 국가를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