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정부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불확실성의 미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면서 수석 경제부처의 앞길을 막아버린, 어이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경제팀을 이끌 새로운 수장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임명은 야당의 인사청문회 거부로 '스톱'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명 초기, 후보자에 대한 현안 보고 등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인사청문회 준비 작업도 멈춘 상태다.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어수선한 현 시국에서 국회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무작정 청문회 준비를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장의 거취가 불확실성에 빠지다보니, '정책공백'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언제 물러날지 모르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체제에서 내년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결단력·리더십 부재로 인한 크고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21일 현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지도 보름을 훌쩍 넘겼지만(11월2일 지명), 새 경제부총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은 지명 당시보다 더 어수선해지고 있다.
현행 법상 청와대가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30일 내 국회 인사청문회 등 임명안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지명된 직후 야권이 '보이콧'을 선언하는 바람에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절차를 건너뛰고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법적요건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임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추천해, (대통령으로 하여금)지명케 했다고 주장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또한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이미 버려진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후보자가 추천했다고 주장한 또 한명의 인물인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는 '굿판·환생 논란'에 휩싸인 끝에 지명 후 일주일 만에 스스로 후보자 지위를 버렸다.
전체적인 그림만 놓고 볼 때 11월2일 박근혜 대통령이 단행한 국면 전환용 부분 개각은 실패한 인사다. 또한 대통령 스스로가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지목되어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경제를 위해 임종룡은 살려야 한다'는 논리 또한 펼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 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여전히 국무회의, 경제관계장관회의, 중장기전략위원회 등에 참석하며 업무를 소화하고 있지만 이미 '교체대상'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조직 내부의 동요 등을 휘어잡을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기재부 내부에서는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하루 빨리 경제팀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경제부총리 교체는 주요 간부진 인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확실히 정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각 발표 후 (정치)상황이 더 안 좋아졌고,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한 부분도 무산됐는데 경제부총리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정책 결정에 있어서 조금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며 "빨리 청문회를 열어서 경제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재부 내부의 목소리와는 달리, 임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정식 임명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