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오가며 생활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회사 대표이사로서 급여를 받는다면 이에 대한 소득세는 어느 나라에 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대법원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회사의 대표이사 A씨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번 소득에 대하여 우리나라 과세관청이 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A씨의 국내 체류기간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체류기간보다 훨씬 길고 부부의 주요 재산이 국내에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얻은 소득 중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하여 가족들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어느 나라에서 세금을 낼 것인지 정할 때에는 납세자가 그 과세기간 동안 어느 나라에 더 강한 생활근거를 갖고 있었는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세법에서는 이를 '거주자'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만약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면 국내에서 번 소득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번 소득에 대하여도 원칙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국내 비거주자라면 소득의 원천이 국내에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우리나라에 세금을 낸다.
우리나라 세법은 국내에 '주소'나 '2 과세기간에 걸쳐 183일 이상(2014년까지는 1년 이상으로 규정)의 거소'가 있으면 거주자로 본다.
세법에서 거주자 여부를 판정할 때 국적은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주소는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을 말한다. 반드시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소는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는지,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이 있는지 등 생활관계를 나타내는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한다. 한편 거소는 주소지 외의 장소 중 상당기간에 걸쳐 거주하는 장소로서 주소와 같이 밀접한 일반적 생활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장소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세법상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세금을 납부할 나라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 나라 세법에 따른 거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개의 나라에서 모두 각 나라의 세법상 거주자인 경우를 '이중거주자'라고 한다. 이중거주자인 경우 각 나라에서 모두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납세자는 하나의 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중복해서 내는 불합리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각 나라마다 과세권을 어느 범위까지 행사할 것인지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이중거주자에 대하여 어느 나라에서 최종적으로 과세권을 행사할 것인지 그 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조세조약이다. 한국∙사우디아라비아 조세조약은 이중거주자가 어느 한 나라에만 언제든지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집 즉,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다면 그 나라의 거주자로 본다.
이중거주자가 두 나라에 항구적 주거를 모두 두고 있다면 인적 및 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나라 즉,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center of vital interest)의 거주자로 본다.
이 사건의 대표이사 A씨는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 세법상 모두 거주자에 해당하여 이중거주자였다. 두 나라에 모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었다. 따라서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어디인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체류일수가 어느 나라에서 더 긴지, 주요 재산은 어디에 있는지, 소득의 대부분을 어느 나라에서 사용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하여 A씨가 한국∙사우디아라비아 조세조약상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A씨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받은 급여에 대하여도 국내에서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중거주자가 조세조약상 어느 나라 거주자에 해당하는지를 판정하려면 각 나라에서 어떠한 생활관계를 형성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이를 명확하게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번 판결은 이중거주자에 해당하는 경우 조세조약에서 정한 판정 기준을 어떻게 해석할지 참고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특히 의의가 있다. 대법원2016. 8. 17.선고 2016두37584 판결
윤상범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판례연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