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정 세무사회장은 22일 자신이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지난 2003년 세무사법 개정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며 로비사실을 인정 한 뒤 "그러나 투명하게 정상적인 로비를 한 것"이라면서 공금횡령 의혹은 일축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2005년 법인세 신고안내 및 2004 개정세법 안내' 회원보수교육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당시 박상근 (세무사회)감사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에 투명하게 돈을 썼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국회의원들한테 후원금을 준 자료도 박 전 감사가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 회장의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서는 이익단체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하고 있으며, 개인의 경우 댓가성이 드러나면 뇌물공여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로비를 할 당시 세무사회는 세무사법개정을 위해 국회 재경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때다. 정 회장의 이날 발언은 자신이 돈을 횡령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 로비에 썼음을 밝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어 이날 참석한 1천여명의 회원 앞에서 검찰에 제보한 사람이 박 전 감사라고 공개한 뒤 고발시기, 방법 등을 상세히 밝혀 박 전 감사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정 회장과 박 전 감사가 서로 언성을 높이는 사태가 벌어지자 보수교육을 받기 위해 아침부터 눈길을 헤치고 온 회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외부세무조정 대상에서 외형 5억미만 법인이 제외된 것과 관련 "오는 3월 법인세 신고가 끝난 후 조사를 해서 업권에 영향을 미치면 개정키로 협의했다"고 밝혔으나 관련 업무를 맡고있는 국세청 측은 협의사실을 부인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형 5억미만 기업의 경우 실효성이 미미하고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외부조정 신고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며 "이와 관련 세무사회와 협의한 사실이 없으며 협의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세무사업계는 지난해 말 개정된 '법인 외부조정계산서' 제도를 놓고 회원들의 주 수입원이 5억미만 법인들의 외부조정 업무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