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조세심판원 재조사결정의 취지에 따른 과세관청의 후속 처분이 심판청구를 한 당초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하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후속 처분 중 당초 처분의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납세자의 심판청구 결과 조세심판원은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정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소득금액을 추계조사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도록 결정하였다.
이는 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의 한 유형으로 실무상 행해지고 있는 '재조사결정'에 해당한다. 조세심판원의 재조사결정은 해당 결정에서 지적된 사항에 관한 처분청의 재조사결과에 따른 후속 처분을 통해 그 내용이 보완됨으로써 비로소 결정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달리 말해 후속 처분이 뒤따르지 않는 한 재조사결정만으로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으로서의 효력이 부여되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재조사결정에 따른 과세관청의 재조사는 조세심판원의 심리 과정에서 재조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로 제한되며, 과세관청이 재조사결정을 근거로 새로운 과세요건 사실을 조사하거나 당초 처분액수를 증액하는 후속 처분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0. 6. 25. 선고 2007두12514 판결).
한편,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신고 내용에 탈루 또는 오류가 있는 경우 부과제척기간 내에서는 언제든지 해당 과세기간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경정할 수 있다. 이러한 과세관청의 '고유한 경정권'에 근거한 과세처분은 조세심판원의 재조사결정에 따른 후속 처분과 구별된다.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의 후속 처분은 전체 세액을 놓고 보면 당초 처분보다 금액이 줄었으나, 과세기간별로 보면 특정연도에는 당초 처분보다 오히려 세액이 늘었다. 실무상 과세관청은 재조사결정에 따른 후속 처분 시 각 과세연도별 당초 처분의 부과처분액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증액경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하여 고등법원은 “과세관청은 심사결정의 이유에서 밝혀진 내용에 근거하여 탈루 또는 오류가 있는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경정·결정할 수 있으므로, 다시 결정한 과세표준이 당초 과세표준보다 많다고 하더라도 이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조세심판원의 재조사결정에 따른 후속 처분'과 '과세관청의 고유한 경정권에 근거한 처분'을 실질적으로 구별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재조사결정에 따른 후속 처분 중 증액경정 된 일부 과세연도 부분은 당초 처분보다 납세자에게 불리하므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보았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란 납세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심판청구를 한 처분보다 납세자에게 불리한 심판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세법에 규정된 원칙을 말한다.
결국 재조사결정 이후의 후속 처분은 재조사결정과 무관하게 새로운 조사로서의 실질을 갖춘 조사에 기초하여 과세관청의 고유한 경정권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이상 당초 처분보다 불이익하게 증액되었다면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판례는 재조사결정에 따른 후속 처분이 증액된 사유를 특별히 고려하지 않더라도, 당초 처분보다 증액된 부분은 납세자에게 불이익하여 위법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재조사결정 이후 당초 처분을 증액경정 하는 과세관청의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히길 기대해 본다. 대법원2016. 9. 28. 선고 2016두39382 판결
정영훈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판례연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