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총수들이 6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988년 5공 청문회 이후, 처음으로 9대 그룹 재벌총수들이 증인으로 한자리에 참석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 대기업 총수와의 독대를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 출연을 압박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중 추궁을 받았다.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은 "2015년 7월 26일과 2016년 2월 17일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있는지, 그 자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문화융성과 체육계 발전을 위한 자금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두 번 독대했고, 그 자리에서 문화 육성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을 해주는 것이 경제 발전,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그동안 저희에게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지원 요청이 있었고 저희는 단 한 번도 반대급부를 요구한 바 없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다"라며 대가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면서도 합병 '찬성'을 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압박 정황 등을 지적하며 맹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 부회장을 향해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라는 거듭 질문하자, 이 부회장은 "(어떤) 압력이든 강요든 좋은 회사의 모습을 만들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질 때마다 "불미스런 일로 실망감을 안겨드려 저 자신 이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이 많다"며 "앞으로 절대 저 자신을 비롯해서 체제를 정비하고 좋은 기업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르와 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이 강요에 의한 것이냐, 뇌물이냐, 자발적인 것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거듭되자, 이 부회장은 "그 당시에 그런 청의 지시를 거절하기 어려원 상황이었다"고 말을 돌렸다.
최태원 SK회장도 "(이들 단체에) 출연했다"며 "80억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은 적 있다"고 털어놨다.
몇몇 기업 회장들은 정부의 강제성을 시인하는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구본무 LG회장 "기업은 정부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기금 모금 마련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음을 밝혔고,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재단출연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기존에도 다른 재단이 설립된 적 있는데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의 차이가 있나'는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의 질문에 "이번엔 세세한 부분을 청와대에서 많이 관여했다는 점"이라고 밝혀 청와대의 압력을 작용했음을 나타냈다.
그는 "올해 2월경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 후 더욱 세부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기업 부회장 및 회장의 사퇴 압력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손경식 CJ 회장을 향해 "2013년도 7월에 조원동 경제수석과 전화통화 했던 내용 기억하느냐"며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손 회장은 "조 경제수석이 먼저 좀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그 당시 조 수석이 저희 그룹에 있는 이미경 CJ부회장이 조금 자리를 비켜줬음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혔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9월 이 부회장은 미국 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던 조양호 한진 회장의 위원장직 사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은 조 회장을 향해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올 5월 2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사퇴해 달라는 압력 받았다는 게 사실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통보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최순실을 포함한 블루케이 등과 불편한 관계로 인해 물ㅁ러난 것으로 아는데 맞는가"라는 이 의원의 질문에 조 회장은 "정확한 대답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회장, 손경식 CJ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9대 기업 총수가 증인석에 올랐다.
또한 참고인으로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기금운용본부장, 김종중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윤석근 일성신약대표이사 등이 출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