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은 왜 비교우위를 싫어할까 (1)
국가 간의 무역이 생기는 것은 분업의 논리이다. 아담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가격에 바탕을 둔 개인의 이기심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했다. 한 사람이 빵을 만들고 옷도 만들고 텔레비전을 만들 수는 없다. 빵집 주인은 빵을 만들어서 옷과 텔레비전을 사입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시장 전체로 보아서도 더 많은 빵을 소비할 수있어 좋다.
국가간의 무역도 마찬가지이다. 태국과 한국을 비교해보자. 태국은 쌀을 3모작하는 나라이다. 세계 5위권 내의 쌀 생산국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연히 한국보다 쌀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나 노력이 적게 들어간다.
반면에 한국은 쌀보다는 반도체를 더 잘 만든다. 그럼 당연히 한국은 태국에서 쌀을 수입하고 태국은 한국에서 반도체를 수입하면 서로 이득이 된다. 무역도 각각의 나라가 선택하고 집중해서 만든 제품을 다른 나라의 제품과 교환하는 특화와 교환의 원리가 작동한다.
그 과정을 설명한 것이 바로 '비교우위론'이다. 비교우위론은 절대비교우위와 상대비교우위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100명의 노동력으로 쌀 100가마와 250개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고, 태국은 역시 100명의 노동력으로 쌀 250가마와 100개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태국이나 한국이 350개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만일 한국과 태국사이에 분업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국은 쌀을 전혀 생산하지 않는 대신에 그 노동력을 모두 반도체에 생산에 투입하고, 태국은 모두 쌀 생산에 투입하면 분명 분업의 효과가 나타난다. 그 결과로 한국은 반도체를 500개 생산하고, 태국은 쌀 500개를 생산하였다고 한다면 양국은 이전에 350개의 생산에서 500개의 생산으로 늘어난다.
분업 전에는 양국의 합은 700이었는데 이제는 1000으로 늘어났다. 무려 300개를 더 사용할 수 있는 잇점이 생긴다. 이와 같이 무역은 생산과 소비의 측면 모두에서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이익을 안겨준다. 그래서 한국의 어느 영향력있는 사람이 위의 표를 근거로 태국에 가서 한국은 반도체를 생산할 테니 태국은 쌀만 생산하라고 하면 태국 사람들은 뭐라할까? 좋아라 할까? 오히려 돌맞아 다치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분명 비교우위론이 국제간의 무역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더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1차산업과 2차 산업의 발전의 차이, 즉 물건을 만들어낼 때 증가하는 생산성과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의 차이 때문이다. 보통 이를 '혁신의 속도 차이'라도 말한다. 위의 표를 보자. 1980년 한국의 쌀 생산량은 10a당 289킬로그램을 생산하였고, 2010년에는 483킬로그램을 생산하였다. 30년 사이에 같은 면적에서 생산하는 쌀은 약 67%가 증가하였다. 작은 수치는 아니다.
그런데 반도체를 보자.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978년에는 326억개의 반도체가 생산됐지만, 2016년에는 1조58억개가 생산돼 38년간 평균 9.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980-2010년 사이에는 약 326억개에서 7000억개로 늘어나 무려 21배나 늘어났다.
이처럼 1차산업은 혁신의 속도가 제조업에 비하여 현저히 늦다. 그리고 농업에 집중한 국가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속도는 공업에 기반한 국가나 기업에 비한다면 계속해서 뒤처질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된다.
캠브리지대학의 마이클 포스너교수는 "혁신의 속도와 성격에 국가 간 차이가 있을 때 무역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어느 산업의 비교 우위는 그 산업의 기술 변화 속도에 따라 좌우되며, 기술 변화 속도의 차이는 투자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라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태국에 계속해서 쌀을 생산하고 한국의 반도체를 사가라고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양국 간의 경제발전의 속도를 줄이지 말자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두 물건의 가격이 동일하게 유지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반도체는 동일한 무게의 금보다도 더 높은 가격을 매기지만 쌀은 과거와 비교하여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동일한 노력을 들여서 만들었지만, 반도체의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그래서 태국도 1차 산업위주에서 벗어나 2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태국의 전자산업은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성장을 해온 산업으로 시장규모는 6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성장 전까지 태국의 제1의 수출산업이었다. 전세계 주요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대부분 태국에 소재하고 있어 태국은 아세안 지역 내에서 전자산업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자산업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