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분양물량 대기 중인데…내년 입주대란 걱정

향후 3년간 입주물량 100~130만호…입주대란 예고

공급과잉으로 가격하락 시 미입주, 잔금미납 우려

해외부실로 몸살을 앓던 건설사들이 지난 2-3년 사이에 100만가구가 넘는 주택을 분양해 한숨을 돌리나 했더니 이번에는 내년부터 다가올 대규모 입주때문에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에 빠졌다.

아파트 물량이 한꺼번에 공급돼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다 미국발 금리 인상마저 악재로 작용해 입주와 잔금회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52만 가구를 분양해 역대 최대 분양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도 46만 가구를 분양해 작년 못지 않은 물량을 쏟아냈다. 예년에 20~30만 가구를 분양하던데 비하면 폭발적으로 공급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주택지원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저금리 기조로 분양시장이 상승무드를 타기 시작한 2014년부터 따져보면 3년 동안 133만 가구가 분양된 것으로 집계된다.

최근 5년 주택분양 실적  (단위: 만 가구)

◆ 자료 : 국토부, '16년 전망은 부동산114

건설사들은 해외건설에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때마침 찾아온 주택호황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그동안 묵혀놨던 사업지를 전부 꺼내고 거기에 더해 부랴부랴 새사업지까지 마련해 앞다퉈 분양물량을 확대했다.

최근 3년 대형건설사의 주택분양실적을 보면 대우건설이 9만4천 가구를 분양해 가장 많은 물건을 분양했다. 그 다음으로 GS건설이 7만1300가구, 대림산업이 7만1100가구를 내놔 예년의 두,세배에 달하는 물건을 쏟아냈다. 현대건설도 5만700가구, 포스코건설은 4만7200가구, 삼성물산이 3만1600가구를 분양해 예년의 물량을 웃도는 물건을 시장에 내놨다.

■ 공급과잉 규제강화 금리인상 등으로 가격하락 우려     

건설사는 아파트를 분양한 뒤 입주까지 마무리돼야 당초 계획했던 이익을 얻게된다. 계약금은 초기 사업비에, 중도금은 공사비에 충당되기 때문에 잔금을 받고 입주를 시켜야 사업이익이 나는게 일반적인 주택사업의 수익구조이다. 

아파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사기간이 3년 정도 걸리므로 2014년 부터 분양된 물건들은 2017년부터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입주예상 물량은 120~130만 가구로 추정된다. 3, 4년전 한해 20만 가구에도 못미치던 입주물량과 비교하면 앞으로 건설사들의 입주부담은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7~2019년 입주 전망 (단위: 만 가구) 

                                                                                                       자료 : 국토부, 부동산114

시장에 물건이 많이 공급되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는 데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시장규제에 나서고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벌써 시중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수요가 줄면서 가격하락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입주를 거부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 가격이 하락해 분양가보다 주변시세가 더 싸지면 계약금을 떼이더라도 주변의 싼 아파트로 들어가는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대출은행 입장에서도 가격이 하락하면 아파트의 담보력이 줄어 잔금대출을 기피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분양받은 자는 입주를 하고싶어도 돈이 없어 입주를 못하게 된다. 내년 8월이면 다시 강화되는 LTV, DTI도 아파트 계약자의 이런 압박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지연 압박을 계속 받게되면 결국 헐값으로라도 집을 팔 게 돼 가격은 더 떨어지고 건설사들도 할인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우리 부동산 시장은 3,4년전 이미 이 같은 일을 겪어봤다.

■  건설사 "사업비는 PF로 충당했고 조합비중 커 타격 적어"

건설사들은 시장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입주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번에 분양한 물건들은 물건의 내용이나 사업구조가 과거와 달라 입주문제도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에 분양한 물건 대부분이 재정비조합사업이고 자체사업은 20% 미만이기 때문에 입주와 공사비 회수에 큰 문제가 없고, 자체사업의 경우도 계약금과 중도금대출을 통해 사업비가 대부분 회수돼 큰 손실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 전체 사업구조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5~20% 정도여서 입주문제가 발생해도 회사전체 손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3년간 회사마다 사상최대 규모의 주택분양이 이뤄진 만큼 가격하락과 미입주가 발생했을 때 많은 건설사가 커다란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으므로 입주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박사는 "이미 일부건설사들은 수분양자 검토를 통해 신용도가 낮거나 투자목적인 수분양자를 실수요자로 전환하고 있다"며 "대출규제강화에 대비해 잔금대출을 해줄 수 있는 제2금융권을 모색하며 인근 부동산에 세입자 주선을 요청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허 박사는 "회사 전체로서도 미입주에 따른 자금부족을 전제로 자금계획을 수립하고 그동안 확대한 주택사업과 주택관련 조직·인원을 조정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건설사들은 아직도 분양 물량을 쌓아두고 있는 상태여서 서둘러 입주대책을 마련할 상황이 못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대규모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택가격과 주택수요가 남아 있을 때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