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결정된다. 특히 완전경쟁시장일수록 1물1가의 법칙이 적용되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동일가격으로 수렴한다. 같은 성능과 품질·용량을 가진 제품과 서비스가 동일가격으로 거래되면 수요자(이용자)와 공급자(생산자)는 서로 가격경쟁을 하지 않고 편하게 느낀다.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서 판매회사들은 서로 최저가라고 안내하지만,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으므로 믿는 편안한 마음으로 구매자들은 진열된 제품을 바구니에 골라 담는다. 그래도 젊은 소비자들은 제품번호와 가격을 휴대폰에 집어넣어 다른 마트나 온라인쇼핑몰과 계속 비교하면서, 비슷하거나 낮으면 선택하고, 크게 차이나면 일단 보류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관찰된다. 그러나 중장년층들은 대형마트의 최저가와 최고품질 주장을 믿는 편이고 더 이상 비교하지 않고 구매한다.
마트에 진열된 모든 제품과 거래되는 서비스는 모두가 소비대상이요 객체이다. 거래의 주체는 수요자(이용자)와 공급자(생산, 판매자)이다. 제품은 유체물로서 전형적인 소비객체인데, 설사 인공지능이 부여된 판단능력을 가진 인격주체급 AI로봇이라 하더라도, 구입 주체가 전원을 끄거나 기능중지명령을 내리면 정지되는 객체일 따름이다.
인적용역이나 전문지식제공서비스도 제공자는 인간(주체)이지만, 거래되는 용역과 서비스자체는 유체물원재료와 사람용역 및 지식서비스가 결합된 객체일 따름이다. 명의가 치료를 할 때 치료라는 객체(＝의료재료, 기구, 의사의 지식, 경험)만 소비될 뿐, 의사라는 인격체나 서비스주체가 소비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생산·창출·소비·이용되는 객체일 뿐, 이러한 제품과 용역·서비스의 선택과 품질·가격의 결정은, 주체인 생산판매자와 소비이용자간의 수요와 공급의 일치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즉, 계속적으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객체를 보고, 생산자와 소비이용자라는 양주체는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수요·공급의 합의점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는 소비·이용자가 절실히 원해서 거래된다. 치료완쾌를 위해 명의와 좋은 병원을 찾아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억울한 민·형사피해를 보상받으려고 변호사에게 과도한 비율의 성공보수도 계약한다. 가성비가 높은 음식점을 찾고, 때론 같은 소지품을 담는데도 10배 이상 가격의 명품백을 구입한다. 연료가 많이 소모되어도 대형 비싼 차를 구매하고, 재산세와 종부세를 많이 부담하면서도 고가호화저택에 살고 싶어한다. 이렇게 거래가격은 제품의 성능과 품질·만족도와 과시욕·우월감 등의 여러 요소에 따라 천차만별로 결정되는데, 대부분 소비자만족도와 가격은 정비례한다.
반면에 기업을 감시·조사하여 문제점·차이점을 분석하고 외부에 공개·경고하는 외부감사는, 잘 파헤칠수록 이용자는 좋아하지만, 발주자인 피감기업고객이 떠나가는 역비례관계에 있다. 그래서 대부분 재화와 용역·서비스거래에 대해서는 구매거래를 촉진하는 별도 강제법이 없는 반면, 외부감사에 대해서만은 주식회사 외부감사법률(외감법)이 특별히 규정되어 거래를 강제한다.
헌법상의 국방과 납세의무와 같이 외부감사의무는 싫어도 준수해야 하는 강제법이다. 외부감사는 강제법으로 수감받아야 되지만, 이것도 거래되는 서비스의 일종이므로, 감사대상회사(피감객체)에 대해 외부감사보고서의 생산자인 감사인과 소비자·이용자가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즉 회계법인과 불특정다수 이해관계자간의 수요·공급의 일치점 또는 거래쌍방간 합의점에서 가격이 결정되어야 타당하다.
그러나 외부감사는 피감객체가 감사인 주체를 자유롭게 선임할 뿐 아니라, 가격도 10여개 회계법인의 경쟁입찰가를 받아 이용주체가 아닌 피감객체가 최저가로 결정한다. 피의자(피감기업)가 검사(감사인)를 고르고 월급도 쬐끔 주는 꼴이다.
외부감사대상피감기업의 감사대상은 자산·부채·매출·자본금 등 물적자원 뿐 아니라 기업의 대주주오너·회장·CEO·경영진·감사위원회·재경실무자 등의 인적자원도 모두 피감객체기업의 일부 구성요소일 뿐이다. 지금까지 35년 이상, 대기업부도·사업실패·분식회계·재무제표허위작성 등이 많았고, 회계사기를 막지 못한 감사실패가 그렇게 많았던 이유도, 피감기업이라는 객체 또는 객체의 일부 구성요소인 최고경영자가 감사주체를 선임하고 가격도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외감주체인 감사인(생산자)가 이용소비자 주체가 아닌 객체에 불과한 피감기업에게 철저히 예속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피감기업 대부분이 꺼려하는 절대공공재인 외부감사서비스는 외부감사보고서의 생산주체인 감사인과 소비·이용주체인 외부이해관계자들간에 수요(선임)·공급하고, 이들간의 합의점에서 가격도 결정되어야 합당하다. 투자자·채권자·소비자·일반국민·국가재정·해외투자자 등의 이해관계자는 가격도 지급하지 않고 결정도 하지 않는다.
과거·현재·미래의 불특정다수 외부이해관계자들은 특정서비스의 개별소비·이용주체가 아니고 집단이용주체이다. 이들 불특정다수 이용주체들을 위한 업무가 바로 국가업무이고, 이들을 위한 가격은 국가 등 공공기관이 정부고시가로 결정하여야 한다. 국방·세금·철도·고속도로·수자원 등 전국이 하나로 연계되는 절대공공재서비스는 국가정부기관·감사원·철도공사·도로공사·소비자보호원 등이 책임지고 가격고시한다. 이렇듯이, 외부감사인 지정제도와 함께 외부감사가격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에서 법률로 결정하여야 제대로 기능한다.
현재와 같이 피감객체가 감사주체를 선임하여 만족도가 역비례하는 공공재서비스인 외부감사를, 다른 사적자유경쟁재와 같은 차원에서 공정거래대상으로 규제할 일이 절대 아니다. 국가행정과 감사원업무를 공정거래대상으로 보지 않음과 같다. 외부감사는 감사인과 개별이용자가 직접 거래하는 것이 아니고, 수백·수천만 투자자와 외부이해관계자 집단, 국가 및 해외투자자가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피감객체인 기업은 자산·부채·자본·매출·손익·임직원숫자 등 감사가격 법정화를 위한 계산요소가, 아주 상세히 공시되어 이미 나와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기업규모별 최소표준투입시간, 회계사의 시간별단가, 또는 기업규모 단계별 감사가격표나 자산금액별 비율(예를 들어 0.2% 등)을 사회적 합의로 법정화계산하는 것이 매우 쉽고 분명하다.
